정신건강·가정·대인관계 문제가 원인
학교 내 상담도 늘어… "맞춤 대책 절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초중고생이 최근 8년 동안 두 배 이상 늘면서 작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10명 중 4명은 중학생으로 드러났다. 10대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교육 현장에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와 전국 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생 자살 사망자 수는 214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가장 높았던 2009년(202명)보다 12명 많은 역대 최고 수치다. 2015년 93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2020년 148명→2021년 197명→2022년 194명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학생 10만 명당 자살자수'(자살률)도 2015년 1.5명에서 지난해 4.1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전체 국민 자살률은 2015년 26.5명에서 2023년 26.7명(잠정치)으로 큰 변화가 없는 반면, 학생 자살률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자살 위험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2022년까지는 전체 사망자 수 194명 중 고등학생은 118명(60.8%), 중학생은 64명(33.0%), 초등학생은 12명(6.2%)으로, 고등학생이 과반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고등학생 106명(49.5%), 중학생 93명(43.5%), 초등학생 15명(7.0%) 순으로 중고생이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학교 내 상담 느는데… 4곳 중 1곳은 '위 클래스' 없어
주요 요인(중복 집계)으로는 지난해 △정신건강 문제(68건) △가정 문제(58건) △대인관계 문제(57건) △학업·진로 문제(35건) 순으로 나타났다. 원인 미상은 71명이었다. 이 중 정신건강 문제는 2015년 8건에서 8배 넘게 증가했으며, 대인관계 문제도 2022년 27건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교육 현장에선 위기 학생들을 위한 상담 여건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초중고교 내 상담실인 '위 클래스'가 설치된 곳은 지난해 기준 8,863개소로 4개 학교 중 3개 학교에 그쳤다. 반면 학생 상담건수는 2015년 262만3,699건에서 2023년 367만5,840건으로 약 40%가 늘었다. 이 중 정신건강 상담은 같은 기간 12만7,348건(18.1%)에서 14만6,333건(28.3%)으로 증가, 상당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도 맞춤형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유해 정보에 노출되면서 주변 환경이 더 위험해졌다"며 "그에 비해 자살 예방이나 교육이 다른 세대에 비해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교육 주체들도 보다 경각심을 갖고 고위험군 학생들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 의원은 "우리의 아이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며 "교육부와 지역사회, 가정이 손을 맞잡고 자살 예방 정책을 강화해야 하고, 특히 학교-가정 연계 프로그램과 정신건강 지원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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