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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오물과 새우예수

입력
2024.09.26 1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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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페이스북에서 트래픽을 모은 새우예수 이미지 사건. 엑스(X) 계정 캡처

페이스북에서 트래픽을 모은 새우예수 이미지 사건. 엑스(X) 계정 캡처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르듯,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만드는 것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 같다.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은 ‘위건 부두로 가는 길’(1937)에서 인간이 기계를 만들고 개량하는 것에 대해 “마치 몽유병 환자가 잠을 자면서 일하는 것처럼 거의 무의식적”이라고 했다.

□ ‘몽유병적인 기술 발전’의 의미는 쓸모나 유익함, 부작용을 저울질하지 않는다는 뜻이겠다. 약 100년 전, 오웰의 지적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하는 기계나 위험한 무기 개발을 뜻한 것이었지만, 지금의 인공지능(AI)의 발전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AI생산품의 무차별적인 확산을 괴로워하며 AI슬롭(Slop·오물)이라는 용어가 생겨났을 정도이니 말이다.

□ AI슬롭은 AI가 생성한 질 낮고, 기괴하고, 무의미하고, 계속 복제되는 디지털 쓰레기를 뜻한다. 새우와 예수의 모습을 합성한 ‘새우예수’, 인형 같은 아기들로 가득 찬 ‘아기트럭’과 같은 불쾌한 이미지들이 대량 유통되며 ‘죽은 인터넷(dead internet)’을 만들고 있는 현실을 지칭한다. AI 솔루션으로 만들어낸 이미지로 쉽게 트래픽을 유도하는 마케팅이 판을 치면서 소셜미디어(SNS)를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처럼 황폐화시키고 있는 문제를 영국 가디언과 미국 CNN, 포브스 등 여러 외신이 다루고 있다.

□ 어려운, 때로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업무를 순식간에 완성해내는 AI는 분명 축복인 측면이 크다. 하지만 한편으로 AI슬롭이나 딥페이크 등 부작용에 손쓰지 못하는 현실은,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의 삶을 해치는데도 그 손상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좌절감과 무기력감을 느끼게 한다. 오웰은 “말로는 기계가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지, 인간이 기계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데 동의할 것이지만, 실제로는 기계의 발전을 막는 어떤 시도도 우리에게는 지식에 대한 공격으로, 일종의 신성모독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인류는 오늘도 새우예수 같은 불쾌한 이미지들을 대량 생산하느라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막대한 전력을 쓰며, 기후재앙을 앞당기고 있지 않나.

이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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