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공개된 'Heavy Is The Crown' 뮤비
비슷한 묘사에 선수들도 "나인 줄 몰랐다"
"뮤비 다시 만들어라" 팬들 요청 빗발쳐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 최고 팀을 가리는 '2024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주제곡 뮤직비디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영상에 등장하는 서양 선수들의 생김새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반면 아시아계 선수들은 대부분 비슷하게 묘사돼서다.
2024 롤드컵이 개막한 지난 25일 라이엇게임즈는 주제곡인 'Heavy Is The Crown'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이 영상은 공개 이틀만인 27일 오후 기준 조회 수 1,500만 회를 돌파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문제는 영상에 묘사된 선수들의 모습이었다. 미국 팀 플라이퀘스트의 '마쑤', 독일 팀 지투 이스포츠의 '캡스'는 각자의 얼굴 생김새가 뚜렷하게 구별되는 작화였다. 주제곡을 부른 밴드 린킨 파크의 멤버들도 마찬가지로 개성이 잘 드러나는 차림이었다.
반면 한국과 중국 선수들은 이목구비가 서로 비슷하게 표현됐다. 예를 들어 팀 T1의 '구마유시' 이민형 선수는 실제 진한 쌍꺼풀이 있지만 뮤비에선 외꺼풀로 등장해 다른 한국 선수들과 눈 모양이 똑같아졌다. 이 때문에 머리색이나 안경 착용 여부, 의상 등을 참고해 겨우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선수들도 불분명한 묘사에 황당해했다. 팀 KT롤스터의 '데프트' 김혁규 선수는 개인방송에서 "뮤비를 봤는데 빈(중국 팀 빌리빌리 게이밍 소속) 선수라면서요, 나인 줄 알았어"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빈 선수도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나도 처음엔 나인 줄 못 알아봤다"고 했다. 미국의 전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선수인 피터 펭은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왜 모든 아시아 선수가 데프트 선수랑 똑같이 생겼냐. 인종차별 같다"고 비판했다.
"구별도 안 가는 작화…다시 만들어야"
'동양인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인식은 전형적인 인종차별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7월 손흥민과 함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방송에서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손흥민 사촌의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거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일부 팬들은 뮤직비디오 댓글과 라이엇게임즈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영상을 다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영상이 선수들의 서사보단 주제곡을 부른 린킨 파크에 초점이 맞춰진 것도 문제로 거론됐다. 한 팬은 "왜 관심도 없는 가수 얼굴만 계속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말 선수들을 존중한다면 누가 주인공인지도 모르겠고, 구별도 안 가는 인종차별적 작화를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이엇게임즈 측에선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비판 여론이 커지자 뮤직비디오 썸네일을 팀 T1의 '페이커' 이상혁 선수 얼굴로 교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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