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10월 개시
중증 비중 50%→70%, 일반 병상 5~15%↓
중환자실 및 암·심장·뇌수술 수가 50% 가산
지역·필수의료 20조 원 포함 총 30조 원 투입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을 중증·응급·희귀질환 진료 중심으로 바꾸는 데 3년간 10조 원이 투입된다. 정부가 2028년까지 의료개혁에 쏟아붓는 20조 원과는 별개다. 저평가된 중증 수술, 마취, 중환자실 수가 등 필수의료 보상이 대폭 강화되는 대신 병원은 중증 환자 비중을 최대 70%까지 높이고 일반 병상은 5~15% 줄여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21차례 논의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고를 거쳐 확정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 추진 방안을 27일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에서 제시한 대로 대형 병원은 본연의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비중증·경증 환자는 병·의원으로 분산해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는 데 주안점을 뒀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환자 진료 비중을 현재 50%에서 70%로 단계적 상향할 계획이다. 중증 환자 비중이 낮은 병원은 70%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목표를 일정 수준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동시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중증분류체계도 전면 재정비한다. 현재는 기저질환 등이 반영되지 않아 상급종합병원 치료가 필요한데도 비중증으로 분류될 수 있어서다.
시범시업 기간에는 한시적으로 '상급종합병원 적합질환' 기준을 신설해 적용한다. 2차병원에서 의뢰된 환자, 중증·응급 상태로 응급실을 경유해 입원한 환자, 성인보다 치료 난도가 높은 중증 소아환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권역 내 상급종합병원과 2차병원 간 긴밀한 협력체계도 구축한다. 환자를 중증도에 맞게 이송·전원하기 위해서다. 의사의 전문적 소견을 바탕으로 협력병원들이 진료 기록을 공유하고 긴급한 환자는 패스트트랙으로 전원하는 '전문의뢰제'를 마련하고, 서울에서 비수도권으로 지역 환자를 회송하는 등 권역 외 상급종합병원 간 진료협력도 강화한다.
의료진이 중증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진료의 양은 줄인다. 어린이 병상과 응급 병상 외에 일반 병상도 5~15% 축소한다. 인력 구조는 전문의가 간호사와 팀을 이루는 방식으로 재설계한다. 그간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던 전공의에게는 고난도 수술부터 중등증 이하 수술, 지역 의료, 1차의료 등을 두루 경험하며 역량을 쌓을 수 있는 새로운 수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수가도 대폭 올린다. 두경부암, 소화기암 같은 중증 암수술, 심장수술, 뇌혈관수술 등 910개 중증 수술 수가와 마취료는 50% 인상해 총 3,500억 원을 지원한다. 중환자실 수가와 2~4인실 입원료는 현행의 50% 수준인 일당 30만 원과 7만5,000원을 각각 가산해 총 6,700억 원을 지급한다.
전공의 이탈 후 7개월간 이어진 비상진료체계에서 효과가 입증된 항목은 제도화를 추진한다.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가산과 응급센터 내원 후 24시간 이내 응급수술 가산에 1,500억 원, 24시간 진료 지원에 7,300억 원, 전담 전문의의 중환자실 및 입원환자 관리료에 3,000억 원 등을 배정했다.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건강보험 재정은 연간 3조3,000억 원씩 3년간 10조 원에 달한다. 지역·필수의료 재건에 배정된 국가 재정 5년간 10조 원, 건강보험 10조 원까지 감안하면 30조 원이 의료개혁에 투입되는 셈이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연간 재정(3조3,000억 원)의 30%에 해당하는 1조 원은 병상 감축 성과, 중증 환자 진료 비중, 진료협력 실적 등을 평가해 차등 지급한다. 내년 실적에 따른 보상은 2026년에 받을 수 있다. 진료 수가가 인상돼도 비상진료 기간 중 환자에게 추가 부담은 없으며 비상진료 종료 후에도 환자 부담이 늘지 않게 할 방침이다. 시범사업 참여 신청은 다음 달 2일 시작된다.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최근 공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가 또다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며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초고령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장 의견을 수렴해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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