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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문가 "전쟁으로 잃은 것 많아도... 우리는 전쟁을 못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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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문가 "전쟁으로 잃은 것 많아도... 우리는 전쟁을 못 멈춘다"

입력
2024.10.07 06: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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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스라엘 안보 전문가 2인 인터뷰
대니 시트리노비츠 국가안보연구소 연구원
톰 베그너 베그너전략커뮤니케이션 대표

지난달 30일 레바논 국경과 가까운 이스라엘 북부의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서 이스라엘방위군(IDF)의 무기 및 병력이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EPA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레바논 국경과 가까운 이스라엘 북부의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서 이스라엘방위군(IDF)의 무기 및 병력이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EPA 연합뉴스

가자지구 전쟁 1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넘어 이란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축'(반미·반이스라엘 무장 세력)과 이스라엘은 싸우고 있다. 이스라엘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된 이번 전쟁에서 득이 실보다 많다고 평가하는 것일까. 어떤 방식으로 끝맺기를 원하는 것일까.

한국일보는 이스라엘 안보 전문가인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 대니 시트리노비츠 연구원, 전략 자문 기관 베그너전략커뮤니케이션 톰 베그너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스라엘의 생각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시트리노비츠 연구원은 이스라엘방위군(IDF) 정보부에서 20여 년간 경력을 쌓았고 베그너 대표는 총리실 등에서 고문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도, 멈출 이유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2일, 25일 각각 진행한 두 사람과의 화상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이스라엘의 전쟁 상황과 관련해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이스라엘 전략자문기관 베그너전략커뮤니케이션즈의 톰 베그너(왼쪽 사진) 대표와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대니 시트리노비츠 연구원. 베그너·INSS 제공

이스라엘의 전쟁 상황과 관련해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이스라엘 전략자문기관 베그너전략커뮤니케이션즈의 톰 베그너(왼쪽 사진) 대표와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대니 시트리노비츠 연구원. 베그너·INSS 제공

-이스라엘 입장에서 전쟁을 총평한다면. 성공에 가깝나.

베그너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다르다. 군사 측면, 즉 가자지구를 얼마나 장악했느냐로 보면 성공에 가깝다. 하마스의 군사·정치 기능은 거의 제거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전쟁을 개시한 이유는 '인질 석방' 아닌가."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서 251명을 인질로 납치했다. 현재 97명이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시트리노비츠 "운영상 이득은 있었다. 오늘날 하마스는 주된 임무가 '숨는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도 군사적 능력을 상당히 잃었다. 다만 이스라엘의 전략적 손실도 크다. 전쟁 목표(인질 석방)를 달성하지 못했을뿐더러 국제사회에서 지탄받고 있다. 경제 위기도 심각하다. 이스라엘군이 성과를 낸다고 해서 '이스라엘이 이기고 있다'고 봐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왜 전쟁을 멈추지 않나.

베그너 "왜 이스라엘에 휴전을 닦달하나. 전쟁은 하마스가 시작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이스라엘은 2007년 가자지구를 하마스에 맡기며 자유도 줬다. 그러나 돌아온 건 (지난해 10월 7일) 침공이었다. 하마스는 믿을 수 없는 존재다. 그들의 힘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상태에서 전쟁을 멈추면 더 큰 화로 되돌아올 것이다."

시트리노비츠 "이스라엘은 '군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 점은 이스라엘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하마스는 정치·이념 운동이기에 설령 하마스 대원을 다 죽여도 '궤멸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종의 '군 만능주의'를 부추기는 건 정부다. 전쟁을 멈추면 하마스 침공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론이 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전후 가자지구 통치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도 전쟁을 끌고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베그너 대표는 이스라엘에 대한 휴전 압박 자체가 부당하다고 본 반면, 시트리노비츠 연구원은 이스라엘의 군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강조 지점이 각기 달랐다. 다만 두 사람 모두 "휴전을 원치 않는 건 하마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마스 또한 전쟁을 유지함으로써 이스라엘에 장기적 피해를 입히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왜 헤즈볼라 등으로 전선을 넓히나.

베그너 "헤즈볼라와의 싸움은 '이스라엘이 확전을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헤즈볼라가 또 다른 하마스가 되지 않도록 억지하려 할 뿐이다."

시트리노비츠 "이스라엘을 확전에 몰아넣은 건 헤즈볼라다. 이스라엘을 상대로 지난해 10월 8일 공격을 시작한 건 헤즈볼라다."

-정치·군사·외교·경제 등 측면을 두루 고려했을 때, 이스라엘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나.

베그너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제거'가 목적인 테러 조직에 둘러싸여 있다. 고로 가자지구 전쟁 역시 '팔레스타인 영토를 어떻게 다루느냐'보다는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싸움'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이 없어질 때까지 싸우겠다'고 작정한 적들을 둔 우리로서는 전쟁 승리 외 대안이 없다."

시트리노비츠 "어떤 식으로든 인질을 석방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이것 외에 최선의 선택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는 현재 상황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어 단언하기 쉽지 않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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