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3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어제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면 24번째 거부권 행사로 기록된다. 김 여사 및 채 상병 건은 21대, 22대 국회에서 각각 한 차례, 두 차례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야권의 법안 일방 처리와 대통령의 거부란 정치적 소모전을 반복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
무엇보다 대통령 본인과 배우자가 관련된 특검법의 잇단 거부에 대한 비판여론을 개의치 않는 모습에 답답함을 떨치기 힘들다. 대통령실 등은 “위헌·위법적이고 사회적 공감대 없는 야당의 단독 강행처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ㆍ9월 26일)를 보면 김 여사 특검법 찬성이 65%로 우세했다. 대구·경북에서도 찬성이 58%로 많아 정부·대통령실의 현실 인식은 여론과 동떨어져 있다.
김 여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인사·공천개입 의혹, 명품백 수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 등 8가지를 망라할 만큼 전방위적이다. 정작 특검법의 명분을 키운 건 김 여사 봐주기식 행태로 비판받은 검찰과, 관저공사의 김 여사 개입 의혹을 적극 감사하지 않은 감사원일 것이다. 공천 개입 등 김 여사의 새로운 의혹까지 터져 나오는 실정인데 특단의 조치 없이 거부권만 행사할 상황이 아니다.
채 상병 특검법도 계속 방치할 일인지 의문이다. 4월 총선 이전부터 특검 찬성 여론이 지배적인데, 두 차례 거부권 행사의 명분이던 공수처 수사는 감감무소식이다. 여론 추세를 볼 때 두 사안은 특검을 통해서라도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라는 게 민심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대통령실이 어떤 식으로든 민심을 달랠 전향적 대안이나 수습책을 내놔야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6월 전당대회 때 채 상병 특검 제3자 추천안을 공언해 놓고 외면하는 건 옳지 않다. “여당이 정부 입장을 ‘무지성 지지’하는 걸로 오해받아선 안 된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야당 법안이 중립성을 침해했다면 여당 안을 내놓고 여론 판단을 받아볼 일이다. 대통령실도 두 사안을 회피하거나 막을수록 국민 반감이 커지고, 국정에도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게다가 지금은 국회 재표결 시 여당 내 ‘8표 이탈’ 여부를 걱정할 처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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