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치솟자, 김치업체도 타격
배추 구매팀 총동원, 대체재 생산
2년 전 배추 대란 때와 판박이
최후의 수단 가격 높일지 주목
여름 배춧값이 치솟으면서 주력 제품인 포기김치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대상, CJ제일제당 등 포장김치 생산업체들은 '플랜 B'를 가동하고 있다. 포기김치용으로 활용되는 A급 배추가 동나자 B급으로도 만들 수 있는 맛김치 등 대체재 생산을 늘렸다.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포장김치 가격 인상에는 아직 적극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하지만 김치업체들이 2년 전 배추대란 때 포장김치 값을 높였듯, 이번에도 배춧값 상승을 계기로 가격을 높일 가능성을 완전히 지우기는 어렵다.
3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9,662원으로 전년 6,193원에 비해 3,469원 비싸다. 8, 9월에 주로 나오는 강원도 고랭지 배추가 장마, 무더위 등으로 잘 자라지 못해 공급 자체가 줄어든 탓이다. 기온 상승으로 갈수록 줄고 있는 고랭지 배추밭 면적도 가격을 높였다.
김장철인 11월을 앞두고 배춧값이 뛰자 포장김치가 인기를 얻고 있다. 원래도 늦여름, 초가을은 김장 김치를 다 먹을 즈음이라 포장김치 성수기이나 올해는 수요가 특히 많다. 김치를 직접 담그기보다 포장김치를 사 먹는 게 낫다는 소비자가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포장김치 가격마저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도 구매 행렬이 이어지는 이유다.
국내 포장김치 시장 점유율 40%로 선두인 대상 종가의 배추김치류 매출은 8월 전년 대비 17% 늘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의 배추김치 매출도 같은 기간 14% 증가했다. 대상, CJ제일제당 자사몰과 일부 대형마트는 포장김치 재고가 없어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김치 생산 평소 절반, 가을 배추도 복병
배추를 살 때마다 공장에 공수하고 있지만 공급량이 감소하다 보니 배추김치 생산량을 평소 대비 절반으로 줄인 곳도 있다. 9, 10월 배추김치 판매량은 8월과 달리 감소할 수도 있는 셈이다. 그러자 김치업체들은 대안으로 다른 김치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포기김치와 달리 질이 다소 떨어지는 배추를 조각 내 만들 수 있는 맛김치와 열무·총각김치 생산을 늘리는 식이다.
배춧값이 잡히지 않으면서 포장김치는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기도 하다. 김치업체들은 현재 상황에서 가격 상향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추 가격이 올랐다고 김치 가격을 높이는 건 부담스럽다"며 "배춧값 상승은 일시적 상황에 가깝고 배춧값이 떨어졌을 때 김치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치업체가 포장김치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실제 2022년 9월에도 배춧값이 치솟자 대상, CJ제일제당은 포장김치 가격을 평균 9.8%, 11.3% 올렸다. 당시 배추 한 포기 가격은 1만883원까지 뛰었다.
배추 가격을 내릴 것으로 기대되는 가을 배추도 복병이다. 가을 배추 주산지인 전남 해남군의 배추밭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해서다. 배춧값 하락 속도가 더뎌질수록 김치업체로선 생산 비용 증가로 가격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포장김치 가격은 원재료인 배춧값 외에도 인건비, 관리비 등 그동안 쌓였던 가격 인상 요인을 반영해 정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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