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 "국민 눈높이" 金 여사 사과 촉구
'적당한 시기' 두고 여권 내 의견 엇갈려
사과하면 '탄핵 공세', 안 하면 여론 부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둔 가운데 여권에서 당사자인 "김 여사가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리스크가 연일 커지며 여론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면 오히려 야당에 먹잇감을 던져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우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친한계 "여사가 직접 사과해야"
친한동훈(친한)계인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1일 KBS라디오에서 여사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안에 대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때 김 여사 문제에 사과했다. 당사자(사과)만 남았고, 진솔한 사과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론의 분노를 낮추는 식의 사과가 이뤄진다면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친한계 핵심 장동혁 최고위원도 전날 JTBC에 나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어떻게든 해소가 돼야 한다"며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혹이 쌓여가고 여론이 등을 돌리자 어떤 식으로든 돌파가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형성돼 있다. 그러나 사과의 '적당한 시기'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한다"(한동훈 대표 7월 16일 3차 당대표 후보 토론회), "빠를수록 좋다"(장동혁 최고위원)는 주장과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혼재한다. 윤상현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이분이라고 사과 안 하고 싶겠나. 논란의 중심이 된 것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도이치모터스) 수사가 곧 끝난 다음 시기나 방법, 여건이 될 때 당연히 사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사과→탄핵 정국 떠올라
다만 김 여사 사과가 자칫 화를 더 키울 수도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야권이 사과를 빌미로 '탄핵'을 조준해 화력을 쏟아부을 것이라는 우려다. 친윤석열(친윤)계 인사는 통화에서 "사과를 하면 상황이 끝나는 게 아니라 야당이 공세를 더욱 심하게 이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사과한 뒤 탄핵 여론이 폭발하다시피 했던 경험은 악몽으로 남아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야당은 '잘못을 인정했으니 책임져라' 식으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사과가 (김 여사) 리스크에 대응하는 데 과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딜레마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24일 당 지도부 만찬에서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거부당한 데 이어 재차 독대를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당시 한 대표는 김 여사 관련 이슈를 독대 자리에서 언급하려다 무위에 그쳤다. 이에 대다수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실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무기력하게 용산만 쳐다보고 있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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