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SF 울타리 개방·먹이주기 늘릴 것
시민단체 "실효성 있도록 준비 철저히 해야"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의 떼죽음을 막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에 정부가 산양 보호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망한 산양 수가 1,022마리(본보 6월 14일 보도)에 달한 가운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울타리를 시급히 개방 및 철거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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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환경부는 최근 국가유산청, 국립공원공단, 양구 산양·사향노루센터, 국립생태원, 시민단체 등과 '폭설 등 자연재해 대응 산양 보호 강화방안 마련을 위한 관계자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ASF 울타리 부분개방 모니터링 확대 추진 방안과 △자연재해 긴급 구호 방안이 논의됐다. 환경부는 현재 강원지역 ASF 울타리 가운데 21개 지점을 선정, 4m씩 개방하고 야생동물의 이동현황을 모니터링하는 울타리 부분개방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3,000㎞에 달하는 울타리에 비해 개방 거리가 짧다는 지적에 산양 이동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계령, 미시령 구간에 20개의 개방 지점을 추가키로 했다. 또 기존과 달리 산양의 행동권(약 0.5~2㎢) 등을 고려해 개방 지점을 선정하면서 평균 간격을 줄였고, 해빙 기간을 고려해 개방 기간도 내년 3월에서 5월로 2개월 연장한다.
긴급 구호 방안으로는 주요 서식지를 3개 권역(인제·고성·속초, 양구·화천, 울진·삼척)으로 나누고 민관연의 구조·협력 체계를 구축, 신고-구조-치료-재활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협력 체계를 중심으로 재해 발생 전 사전 순찰을 통해 올무나 덫 등 위협요인을 제거하는 한편 재해 발생 시 순찰을 강화해 위험에 처한 개체를 조기 구조키로 했다. 넓은 권역 순찰 필요시 인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열화상 무인기(드론)를 시범 운영한다.
또 산양의 사망이 다수 발생한 지역 가운데 기존 먹이 급여대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을 중심으로 국립공원 경계부(15개)와 경북지역(5개)에 총 20개의 고정 먹이 급여대를 새로 설치할 예정이다. 먹이는 식생과 생태교란을 고려해 뽕잎, 조릿대잎 등 자생 먹이 위주로 급여하며, 신설 급여대에는 모니터링 카메라를 달아 인공 급여에 따른 중장기 영향 및 효과를 분석키로 했다.
더불어 구조한 개체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집중 치료·재활 시설을 확장하고 사망 시 원인 분석을 위한 부검 시설, 냉동 시설을 마련하는 한편 구조한 산양의 자연 복귀를 위한 야생 적응장 훈련장도 확장, 개선한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를 기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ASF 울타리 개방구간 추가 확대 검토와 정부 기관의 협력 및 인력 등 구체적 업무 지원을 통해 실효성을 갖춰야한다고 지적했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구조·협력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환경부와 국가유산청, 또 산하기관 간 부족했던 소통과 운영체계를 원활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겨울 정부의 방안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추진되는지도 시민들과 점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올해도 역대급 한파와 폭설이 예고되는 만큼 일부 구간을 더 개방하는 방식으로 산양 떼죽음의 되풀이를 막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민관연 협력체계가 현장에서 유기적으로 가동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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