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
1시간 전부터 도로엔 300m 시민 행렬
'현무' 등장하자 군중 속 환호 터져 나와
2년 연속 개최에 일부 시민은 "왜 굳이"
34년 만에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국군의 날, 서울 도심을 관통한 시가행진을 보기 위해 구름떼 같은 인파가 몰렸다. 'K방산 전성시대'를 이끄는 국산 명품 무기들의 행진을 눈앞에서 본 시민들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는 반응이었고, 국군 장병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찬사를 보냈다. 교통 불편을 호소하거나 군사 퍼레이드에 불편함을 표시하는 시민들도 일부 있었다.
1일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출발해 서울 중구 숭례문까지 약 1시간 40분간 이뤄졌다. K2 흑표 전차,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 로켓, 천호 차륜형 대공포, 비호복합 단거리 대공화기 등 국군의 주력 미사일·포병·기갑 장비들이 줄지어 서울 도심을 서서히 이동했다.
행진이 서울에 진입한 직후 사당역 인근엔 행진을 지켜보려는 시민들이 낮 1시부터 도로 양옆에 300m 가까이 늘어섰다. 부인, 손녀와 함께 온 김동현(65)씨는 "국제 정세가 복잡한데 이런 행사를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에서 온 데자(34)는 "나라의 부강함을 보여주는 건 중요한 일"이라면서 "인도에서도 똑같은 행사가 있어서 한국은 어떤지 지켜보려고 왔다"고 했다.
시민들 관심은 장비 행진 말미에 등장한 지대지 미사일 '현무'에 쏠렸다. 미사일을 실은 차량 세 대가 오후 3시 36분쯤 한강대로에 모습을 드러내자 "현무는 언제 나오냐"면서 아버지를 재촉하던 아이들이 일제히 "우와" 탄성을 내질렀다. 용산구에 사는 강민우(41)씨는 "한국의 미사일 기술이 정말 많이 발전한 것 같다"면서 "북한이나 외국이 잘못된 생각을 갖지 못하게 하는 억제력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우즈베키스탄인 우베이(25)는 "오늘 행사를 보러 일부러 나왔는데 현무 미사일도 보고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행진 종착점인 서울 도심에도 가족 단위 관람객과 단체로 구경 나온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면서 행진을 감상했다. 퍼레이드를 신기하게 보는 외국인 관광객도 제법 눈에 띄었다. 기갑 차량에 탑승한 장병들도 연도를 메운 시민들에게 환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고, 대열이 정체 때문에 정지한 틈을 타 일부 시민들은 장병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달하기도 했다. 시가행진을 처음 본다는 김성진(66)씨는 "군인들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어 고맙고 장비도 많이 발전한 것 같아 감격스럽다"며 웃었다.
정부는 올해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1990년 이후 34년 만인데, 덕분에 따로 시간을 빼지 않아도 행사를 볼 수 있어 좋다는 긍정적 반응이 많았다. 동네 친구 세 명과 조그마한 태극기를 챙겨온 정건우(12)군은 "학교 가는 날이었으면 못 왔을 텐데 다행이다"라면서 "우리를 지켜주는 군인이 힘냈으면 좋겠다"며 웃어 보였다. 11세 아들과 온 안정진(45)씨는 "지난해엔 TV로만 봐서 아쉬웠는데 (임시공휴일 덕분에) 여유가 있으니 아이를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 장병들과 장비가 이동한 경로 약 30㎞는 오후 2시부터 경찰에 의해 전면 또는 일부 통제됐다. 일부 시민들은 차도와 횡단보도 통행이 장시간 통제되자, 교통 통제에 나선 경찰관과 헌병(군사경찰)에게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군이 도심에 등장한 모습에 거부감을 드러낸 이들도 있었다. 성남시에 사는 김태은(61)씨는 "박정희·전두환 정부에서 이런 걸 하도 많이 해서 질렸다"면서 "도로 통제하는 줄도 몰랐는데 빨리 출발해야겠다"고 말하곤 발걸음을 재촉했다. 삼각지역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57)씨 역시 "군사정권 때나 매년 하던 행사를 이렇게까지 열 필요가 있나 싶다"면서 "나와서 고생하는 군인들 사기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2년 연속 열린 건 5공화국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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