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여파 응급입원 소요 시간 증가
17개 시도 중 10군데서 평균 27분 늘어
서울·대전 등 1월 대비, 8월 1시간가량 ↑
"정신질환자마저 위기… 시급 대책 필요"
#지난달 11일 오후 8시, 서울 도봉경찰서 숭미파출소엔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A씨가 경제적 어려움과 직장 문제 등을 비관해 자택에서 번개탄을 피웠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자해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해 즉각 응급입원(경찰이 의사 동의를 거쳐 정신의료기관 입원)을 의뢰했으나, A씨가 실제 응급입원한 시간은 다음 날 새벽 2시 30분. 최초 신고로부터 6시간 지난 뒤였다.
#올해 3월 1일 0시, 서울 송파경찰서 삼전지구대는 '불을 질러 가족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는 정신질환자 B씨에 대한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은 B씨가 정신질환 관련 약물을 복용 중이며, 석유로 불을 지르려고 시도하는 등 위험이 커 응급입원 병원을 수배했다. 그러나 즉시 입원 가능한 병상이 없었다. 당시 유일하게 병상을 보유한 국립건강정신센터도 2시간 뒤나 가능한 상황. B씨는 지구대에서 새벽을 보내다 신고 접수 8시간 만인 다음 날 오전 8시쯤 입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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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대란이 계속되면서 빠른 처리가 관건인 '정신질환자 응급입원'에 소요되는 시간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흉기로 타인을 위협하거나 자해 및 자살을 시도했다는 112 신고는 꾸준히 이어지는데 응급입원은 어려워져 소방대원뿐 아니라 경찰들도 이른바 '전화 뺑뺑이'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3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17개 시·도 중 올해 2~8월 평균 '응급입원 처리 1건당 소요 시간'이 의료 공백 발생 전인 1월보다 증가한 곳은 과반(58.8%)인 10군데에 달했다. 이들 10개 시도의 2~8월 평균 소요 시간은 2시간 31분으로, 전공의가 본격 의료 현장을 떠나기 전인 1월(2시간 4분)과 비교해 평균 27분가량 늘었다.
일부 주요 도시들은 1시간 안팎까지 증가했다. 서울은 올해 1월 2시간 32분에서 8월엔 3시간 29분으로 57분 늘었다. 1월엔 응급입원에 39분 걸리던 대전은 7개월 만에 2시간 7분(+1시간 28분)이나 소요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이 외에도 △충남 1시간 15분(2시간 35분→3시간 50분) △제주 1시간 5분(2시간 55분→4시간) △경남 58분(1시간 57분→2시간 55분) 등이었다.
이는 정신응급 경찰대응팀이 지역 경찰로부터 정신질환자를 인수해 응급입원을 완료할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경찰이 112 신고를 접수한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실제 소요 시간은 훨씬 더 길 것으로 추정된다.
응급입원 수요 증가에도 처리는 늦어져
경찰이 올해 1~8월 처리한 응급입원 건수는 1만2,076건. 현장에선 수요는 많은데 사건 처리는 계속 지연된다고 호소한다. 코로나19 이후 전국에 정신건강의학과 병상이 급감한 데 이어 의료 인력 공백까지 덮친 탓이다. 경찰 관계자는 "응급입원은 의사 판단이 필수인데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빨리 결정해줄 의사가 손에 꼽을 정도인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응급입원 지연 사례도 속출한다. 서울 용산경찰서 용중지구대는 올해 5월 정신질환자 자살 시도 신고를 접수했다. 앞서 이미 자살 시도 전력이 있고 망상 증세를 보이는 환자였으나 응급입원까지 9시간이나 소요됐다. 3월 남대문경찰서 남대문파출소에도 환시와 환청 증세를 보이는 노숙인이 영업을 방해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자·타해 위험성이 높아 신속한 입원이 필요했지만 6시간이나 걸렸다. 소 의원은 "응급입원이 필요한 정신질환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병상 감소와 의료진 부족으로 지역별 이송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의료대란 여파로 정신질환자마저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만큼, 현장 어려움이 해결될 수 있도록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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