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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는 여성의 독립성을 상징"...노벨평화상 수상자 말랄라가 해녀 영화 제작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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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는 여성의 독립성을 상징"...노벨평화상 수상자 말랄라가 해녀 영화 제작한 이유

입력
2024.10.04 16:34
수정
2024.10.04 17:1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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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해녀들'의 재미동포 수 김 감독
부산영화제에서 아시아 첫 상영 눈길
"말랄라 유사프자이 제작은 제게 선물"

수 김 감독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없었다면 '마지막 해녀들'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유사프자이는 창작에 아무 간섭하지 않고 홍보 활동에 집중해줬다"고 말했다. 애플TV플러스 제공

수 김 감독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없었다면 '마지막 해녀들'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유사프자이는 창작에 아무 간섭하지 않고 홍보 활동에 집중해줬다"고 말했다. 애플TV플러스 제공

“8세 때 해녀를 보고는 바로 빠져들었습니다. 오래도록 관련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영화가 완성되면 부산국제영화제에 가고 싶다 생각했는데, 꿈이 이뤄졌습니다.”(수 김 감독)

다큐멘터리 영화 ‘마지막 해녀들’은 한국 해녀들의 삶을 파고든다. 노년의 몸에도 불구하고 물질을 하는 해녀들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낸다. 재미동포 수 김(한국명 김수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작은 미국 유명 영화사 A24가 맡았고,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가 투자를 했다. 올해 제29회 부산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에 초청돼 아시아 첫 상영됐다. 김 감독은 3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화에 출연한 해녀 강주화 정영애 박인숙 현인홍씨가 자리를 함께 했다.

"누군가 그들 이야기 기록해야 했다"

다큐멘터리영화 '마지막 해녀들'은 현재 해녀들의 삶을 바탕으로 해녀의 역사, 해녀들이 처한 위기 등을 폭넓게 다룬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다큐멘터리영화 '마지막 해녀들'은 현재 해녀들의 삶을 바탕으로 해녀의 역사, 해녀들이 처한 위기 등을 폭넓게 다룬다. 애플TV플러스 제공

김 감독은 “해녀를 처음 본 이후 관련 정보와 기록을 챙겨 오다가 10년 전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제주 여행을 갔다가 84세 해녀에게 자기들 세대가 마지막 해녀가 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서다. 김 감독은 “누군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제작비를 모으기 쉽지 않았다. 미국 주요 영화사들을 찾아 제작 계획을 설명했으나 선뜻 함께 하겠다고 나선 곳은 없었다. 어느 날 신생 영화사 엑스트라커리큘러에서 연락이 왔다. 김 감독의 예전 작품 ‘스피드 큐브의 천재들’(2020)이 자기네 회사 색깔에 맞는데 염두에 두고 있는 기획이 있냐고 물어왔다. 엑스트라커리큘러의 설립자는 201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다. 그가 제작에 나서면서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A24와 애플TV플러스가 합류했고, ‘마지막 해녀들’은 3년 제작 끝에 세상에 나오게 됐다. 김 감독은 "유사프자이와의 협업은 제게 엄청난 선물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해녀는 제주를 반모계사회로 만들어"

김 감독이 처음 해녀에 빠져든 건 “대담함” 때문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물속에 몸을 던져 해산물을 채취하는 모습에서 “다른 한국 여성에게 볼 수 없던 면모”를 발견한 거다. 김 감독은 “영화를 시작할 때는 해녀 문화를 있는 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 좀 불행해진다는 해녀에 대한 통념과 달리 일을 즐기는, 한국 여성을 대표하는 모습을 담을 계획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해녀들 인터뷰를 하며 해양오염 문제점을 알게 됐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와 해녀들의 방류 반대 운동까지 담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해녀는 단순히 직업을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100년 넘게 한국에서 존재한 하나의 문화”라며 “해녀는 일하는 아시아 여성의 첫 세대”라고 규정했다. 김 감독은 “해녀는 제주를 반(半)모계사회로 만드는 데 공헌했고, 여성의 독립성을 상징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해녀들은 작은 공연을 선보였다. 제주 민요 ‘이어도 사나’를 절묘한 화음으로 합창했다. “해녀들은 연대감을 지닌 매우 매혹적인 공동체”라는 김 감독의 말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부산=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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