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부터 5년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산정 기준 등을 정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타결됐다. 2026년 총액은 2025년 대비 8.3% 증가한 1조5,192억 원으로 합의됐다. 최근 5년 방위비 분담금 증가율(연 6.2%)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증원 등에 따른 상승분을 종합 반영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한 달 뒤인 11월 5일 미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신속하게 매듭지은 건 불확실성을 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가장 큰 관심이었던 연간 증가율을 11차 특별협정(2020~2025년)에서 적용한 국방비 증가율(평균 4.3%) 대신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2%대 전망)로 바꾼 건 평가할 만하다. 연간 증가율이 5%를 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둔 대목도 주목된다. 분담금이 주한미군 주둔과 무관한 해외 미군 자산정비 지원 등에 사용되지 않게 한반도 주둔 자산에 국한된다는 점을 명시한 것도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2026년 분담금은 8.3%나 올라 ‘5% 상한선’ 성과가 무색해진 건 유감스럽다. 상한선이 전년 기준인 만큼 2027년분부터 유효하다는 게 미국 입장이라 해도 2026년분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더구나 방위비 분담금 중 미집행분은 1조7,000억 원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 방위비 분담금 수준이 과도하고, 줄일 여지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매년 무조건 오르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쓴 비용을 정산하는 방식도 추진해볼 만하다.
주한미군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안보 이익에도 부합하는 병력이다. 한쪽의 시혜가 아닌 만큼 방위비 분담금은 한미 양국의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도출돼야 한다. 또 한번 타결된 이상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준수돼야 하는 건 기본이다.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협정을 뒤집어 동맹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동맹은 거래가 아니란 걸 양국 모두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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