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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 여권 내놓으세요"... '교사 해외여행'까지 통제하는 중국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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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 여권 내놓으세요"... '교사 해외여행'까지 통제하는 중국의 속내는?

입력
2024.10.07 13:42
수정
2024.10.0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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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주의 교육법' 시행 맞물려
교사들 '중국 바깥' 출입도 단속

중국 북부 네이멍구 자치구 후허하오터시의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간첩 활동을 알아채는 방법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중국 북부 네이멍구 자치구 후허하오터시의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간첩 활동을 알아채는 방법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중국 정부가 학교 교사들에게 '여권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국주의 교육' 강화 흐름 속에서 학생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교사들의 '중국 바깥 출입'부터 단속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조치로 분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올해부터 중국의 '개인 해외여행 관리' 제도 적용 대상이 교직원과 국유 기업에 근무하는 일반 직원까지 확대됐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은 2003년 이 정책을 도입, 공무원의 해외여행 시 당국으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당초 취지는 기밀을 다루는 고위 공무원의 출국 제한이었으나, 이제는 일반 교사에 대해서도 이를 엄격히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쓰촨성, 광둥성, 장쑤성, 허난성 등 6개 지방 교육청은 이미 "여권을 제출하라"는 내용을 담은 공고문을 발표했다고 FT는 전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교사가 해외여행을 하려면 먼저 학교에 신청서를 내야 한다. 게다가 매년 '20일 미만, 1회성 여행'으로 제한된다. 여권 제출을 거부하거나 무단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면 당국에서 별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당국은 부패 방지 기관에 교사를 회부해 2~5년간 여행 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사전 신고제'라는 외양을 취했을 뿐, 실상 여권을 무기한 압수하며 해외여행 통제에 나선 셈이다.

시진핑(오른쪽 세 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1일 중국 간쑤성 톈수이의 마이지산 석굴 유적지를 둘러보고 있다. 톈수이=신화 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세 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1일 중국 간쑤성 톈수이의 마이지산 석굴 유적지를 둘러보고 있다. 톈수이=신화 뉴시스

허난성의 한 교사는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 샤오훙슈에 "영문학을 전공한 교사로서 영미권 국가를 방문하는 게 평생의 꿈이었는데, 이제 그 꿈을 접아야 할 것 같다"고 썼다. 쓰촨성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FT에 "최근 교사와 공기업 직원 모두 여권을 제출하라는 당국 지침을 들었다"며 "해외여행을 가려면 교육청에 신고해야 하는데, 승인이 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의 '애국주의 교육법' 시행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1일 시행된 해당 법률은 학교, 공직사회, 기업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마오쩌둥·덩샤오핑 사상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학생들이 서방 이념에 물들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중국 동부 도시 원저우 오하이구 교육국이 공지한 '교사들을 위한 사전 여행 지침'에는 "여행 시 파룬궁 등 영적 분야의 운동가나 '적대적인 외국 세력'과 접촉해선 안 된다"고 명기돼 있다.

시 주석은 최근 들어 애국주의 교육 필요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산시성 현지 지도 당시 "애국주의 정신을 고취해 우수한 전통문화를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고 당부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공산당 이론지 추스도 2018년 시 주석이 발표한 '전국 교육대회 연설' 전문을 지난달 6년 만에 재차 소개했다. 당시 연설에서 시 주석은 "외세가 중국 청소년을 서구화하면서 색깔 혁명을 획책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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