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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라 정치색 뚜렷" vs "이제는 바꿔야"… 양강 구도 속 '올드보이' 안상수 변수로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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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라 정치색 뚜렷" vs "이제는 바꿔야"… 양강 구도 속 '올드보이' 안상수 변수로 [르포]

입력
2024.10.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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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수 재보선 현장]
보수색 강하지만 무소속도 4번 당선
국민의힘은 토박이 후보로 승부수
안상수 출마로 보수 분열이 변수로 부상
세 번째 도전하는 민주당 후보도 기대감

박용철(가운데) 국민의힘 강화군수 보궐선거 후보자가 6일 강화 길상면에서 열린 정책간담회 이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준 기자

박용철(가운데) 국민의힘 강화군수 보궐선거 후보자가 6일 강화 길상면에서 열린 정책간담회 이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준 기자

"강화는 섬이야. 애착이 남다르고, 정치색도 잘 안 바뀐다니까. 코앞에 보이는 북한이 저렇게 날뛰는데 안보가 제일 중요하지 않겠어. 야당이 힘을 쓰기 어렵지."

10·16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4일째인 지난 6일. 강화군 관청리에서 만난 80대 유모씨는 토박이 군민들의 민심을 이렇게 전했다. 인천에서도 보수 성향이 강한 강화의 특징을 알면 표심도 헤아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인천시장을 지낸 국민의힘 출신 안상수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보수가 갈라졌다. 지역구 의원까지 지낸 안 후보의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수의 분열은 더불어민주당에도 기회의 틈을 열어 놓았다. 뻔해 보이던 강화군수 선거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일단 토박이 민심을 겨냥했다. 2010년 이후 강화에서 세 번의 군의원, 한 번의 시의원을 지낸 박용철 후보를 내세운 것. 길상면에서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흥식(62)씨는 "박 후보는 14년간 지역 일꾼으로서 강화에 뿌리를 내리고 일하면서 주민들이 아무리 사소한 일로 전화를 하더라도 바로 뛰쳐나와서 문제를 해결해주려 노력해왔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가려운 곳이 어딘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5, 6일 인천일보와 경인방송의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강화군민 5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53%의 지지로 31%의 지지를 받은 한연희 민주당 후보에 2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날 오후 길상면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박 후보는 "지역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젊음을 무기로, 중앙부처와 인천시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우리 동네 박 군수'가 되겠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지원 유세에 나섰던 국민의힘은 이날 간담회에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을 투입하는 등 혹시라도 있을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상수(오른쪽) 후보가 6일 강화읍 관청리의 한 노인회관을 찾아 유권자와 인사하고 있다. 김경준 기자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상수(오른쪽) 후보가 6일 강화읍 관청리의 한 노인회관을 찾아 유권자와 인사하고 있다. 김경준 기자

국민의힘이 우려하는 최대 변수는 안 후보다. 이날 유세차량을 이용해 골목 유세에 나선 안 후보는 "무소속 군수가 네 번이나 나온 지역이 없다"며 "그만큼 강화군민들은 특정 정당이 아닌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후보를 현명하게 가려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강화군은 2002년 지방선거 이후 22년을 보수 성향 후보들이 독점해 왔지만, 무소속 후보도 네 번이나 당선됐다. 인천시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안 후보의 이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80대 유권자는 "정당은 국민의힘을 지지하지만, 인물은 아무래도 큰 정치를 해 본 안상수가 낫지 않겠느냐"며 "주변에도 고민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귀띔했다.

한연희(왼쪽) 더불어민주당 강화군수 보궐선거 후보가 6일 강화군 선원면의 한 식당에서 유권자가 건네는 쌈을 받아먹고 있다. 김경준 기자

한연희(왼쪽) 더불어민주당 강화군수 보궐선거 후보가 6일 강화군 선원면의 한 식당에서 유권자가 건네는 쌈을 받아먹고 있다. 김경준 기자

보수의 분열로 야당도 '업셋'을 기대하는 눈치다. 강화에서 지방직 9급 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해 경기도청을 거쳐 평택시 부시장까지 지낸 한연희 후보는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낙선의 아픔도 있었지만, 대신 꾸준히 군민들과 유대를 쌓으면서 지지기반을 확대해 왔다. 한 후보는 "지역의 논두렁 밭두렁 행정부터 중앙 부처를 오가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특히 평택에 삼성 반도체 공장 유치는 직접 진두지휘했다"며 "역대 군수들이 해결하지 못한 교통안전시설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특색을 살린 국제 말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지역마다 편차가 있어 보였지만, 강화에서도 지난 4월 총선에서 확인된 정권심판론이 최근 김건희 여사 리스크 등 윤석열 정부의 악재와 맞물려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였다. 강화읍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광열(52)씨는 "윤석열 정권 하는 꼴을 보면 무조건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어르신들이야 보수 성향이 바뀌기 힘들지만 4050만 해도 중도·진보 지지로 많이 돌아섰다"고 말했다. 임모(57)씨 역시 "요즘 화가 날 정도로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다"며 "젊은 사람들은 민주당 선호 성향이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박 후보가 지난 4월 총선과 관련해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것도 안 후보와 한 후보에게는 호재다. 다만 박 후보는 "시의원 자격으로 민심을 살피기 위해 당원들 집을 방문한 것"이라며 "선거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불미스러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선을 그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길리서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강화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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