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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문해력, 디지털교과서 과속 위험하다

입력
2024.10.09 00: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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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한글 자음·모음 활자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한글 자음·모음 활자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 한글날을 앞두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그제 공개한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한 초6 교사는 “수업 시간에 ‘사건의 시발점’이라는 표현을 썼더니 한 학생이 ‘선생님이 왜 욕을 하느냐’고 하더라”고 했고, “가로등은 세로로 서 있는데 왜 가로등이냐”는 질문을 받았다는 교사도 있었다. 이대로 방치하면 사회의 지적 기반은 갈수록 허약해질 것이다.

교총이 지난달 20~26일 초중고교 교사 5,8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학생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저하됐다는 응답이 10명 중 9명 이상(91.8%)이었다. 그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도 쏟아졌다. 족보가 뭐냐고 물었더니 ‘족발 보쌈 세트’라는 답이 돌아왔고, 두발 자유화를 묻자 ‘두 다리’로 이해한 학생이 있었다고 한다. 금일을 금요일로, 심심한 사과를 지루한 사과로, 사흘을 4일로 이해하는 아이들도 여전히 상당수다. 교사 56.8%는 “수업 중 10% 넘는 학생이 타인 도움 없이는 교과서를 이해 못 하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단순히 인터넷 언어로 대체됐을 뿐이라고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을 수 없는 상황에선 학습능력과 지적능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고 사회 소통도 쉽지 않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계층 격차 확대, 사회통합 저해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교사들이 학생 문해력 저하 주원인으로 꼽은 게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 과사용’(36.5%)이다. ‘독서 부족’(29.2%)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유아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곁에 두고 단문과 짧은 영상, 게임 등에 의존하니 문자와 멀어지고 사고하는 힘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이런 와중에 교육부가 학교 현장에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속도를 내는 건 우려스럽다. 내년 초등 3∙4학년, 중∙고 1학년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도입을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어떤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할지가 다음 달에야 결정되고, 현장 테스트는 3개월에 불과하다. 이런 졸속 도입은 학생들의 문해력과 집중도 저하에 기름만 부을 뿐이다.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도 반대가 압도적인 건 그런 걱정 탓이다. 아무리 시대 흐름이라지만, 과속은 탈을 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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