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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3모작 시대' 연 쌀연구팀, 이번엔 '단체급식소 밥맛' 올리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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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3모작 시대' 연 쌀연구팀, 이번엔 '단체급식소 밥맛' 올리기 도전

입력
2024.10.18 17: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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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은 맛나는데... 학교, 구내식당 밥맛은 왜 ..."
'빠르미' 품종 개발한 윤여태 충남 농기원 쌀 연구팀장
스팀솥에서도 찰진 맛 나는 신품종 2~3년 내 개발 확신

신품종 벼 빠르미는 생육기간이 약 80일로, 일반벼에 비해 50일이나 일찍(빠르게) 수확을 해 물과 비료 사용량을 줄여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 빠르미를 개발한 충남농기원 윤여태 박사가 올해 수확한 '빠르미쌀'을 들고 있다. 예산=윤형권 기자

신품종 벼 빠르미는 생육기간이 약 80일로, 일반벼에 비해 50일이나 일찍(빠르게) 수확을 해 물과 비료 사용량을 줄여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 빠르미를 개발한 충남농기원 윤여태 박사가 올해 수확한 '빠르미쌀'을 들고 있다. 예산=윤형권 기자

“집밥은 괜찮은데, 학교나 군대 구내식당에서 먹는 밥은 왜 맛이 없을까요?”

충남농업기술원에서 쌀 품종을 연구하는 윤여태(46) 쌀연구팀장은 요즘 단체 급식에서도 밥맛 좋은 신품종 벼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단체 급식소에서 제공하는 '맛 없는 밥'이 전체 쌀밥의 이미지를 악화시켜 일상에서 밥을 멀리하도록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2004년 82kg에 달했던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 58kg으로 떨어지는 등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윤 팀장은 “세계 각국의 산물이 수입돼 국내 먹거리와 경쟁하고, 우리 식문화도 바뀌면서 쌀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면서도 “그러나 집 밖에서 먹는 밥맛에 대한 나쁜 경험이 쌀 소비를 위축시키는 경향이 있는 만큼 스팀솥으로 밥을 짓는 단체급식소가 집밥보다 더 맛난 밥을 제공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압력솥에서 지은 밥이 스팀솥 밥보다 더 찰지고 윤기가 도는 것은 고온고압에서는 전분이 쌀알 밖으로 잘 배어나오기 때문이다.

저압의 스팀솥에서 밥을 해도 찰진 맛을 구현하자면 새 품종 개발은 필수적이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윤 팀장은 자신감이 넘친다. ‘한국에서 3모작 벼는 불가능하다’는 정설을 깨뜨리고 생육기간을 절반 가까이 단축한 신품종, ‘빠르미’를 개발해낸 경험 때문이다.

그는 "빠르미 개발 당시 ‘도 단위 농업기술원에서 무슨 신품종 개발이냐’며 모두가 반신반의했다”며 "하지만 전 세계 500~600종의 벼를 심어 빨리 자라는 품종을 찾아냈고, 국내 기후에 최적화된 수십 종의 품종과 조합해 개발해 냈다"고 성공 경험을 소개했다. 이번에도 2~3년 내에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빠르미는 볍씨 파종에서 수확까지 80일이면 충분한 초조생종이다. 일반벼의 생육기간(130일) 대비 60% 수준이다. 물과 비료, 농약 사용이 적고 인건비도 줄어든다. 5월에 모를 심어 7월에 수확하는 덕분에 농가는 8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메밀이나 감자 등의 작물을 두 차례 더 심을 수 있다. 농가 소득 향상에 획기적으로 기여한 품종으로 평가받는다.

쌀 소비가 줄면서 쌀은 남아돌고, 풍년이 더 괴로운 요즘. 우리나라에서 3모작을 가능하게 한 벼 품종 하나가 무슨 대수냐 싶지만 빠르미는 기후변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다. 지난 5월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빠르미를 지자체 기후위기 적응대책 우수사례로 꼽았다. 농업분야에서 유일한 탄소중립 실천 사례다. 윤 팀장은 “생육기간이 짧기 때문에 메탄 발생량을 32% 줄이고, 농업용수도 53% 절감한다"고 설명했다.

2018년 개발된 빠르미는 2021년 벼멸구와 도열병에 강한 빠르미2로 ‘업그레이드’됐고, 아프리카와 동남아, 북한에서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의 경우 폭염이 절정이던 7월 30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한 들녘에서 빠르미가 수확되면서 그 진가를 전국에서 재확인시켰다. 다른 품종의 모를 이양한 옆 논의 벼에선 아직 꽃도 피지 않았을 때였다.

“빠르미 덕분에 벌이가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간의 고생이 사르르 녹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개발한 품종 덕분에 국내 1인당 쌀 소비가 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목표입니다.”

윤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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