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을 놓고 경영권을 지키려는 최윤범 회장과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MBK·영풍 사이 다툼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 관련 주식 투자자 피해는 물론 비철금속 세계 1위 알짜기업이 졸지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결국 금융감독원이 나서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양측이 공개매수 가격을 잇달아 올리는 과열 분위기 속에 고려아연 주가는 한 달 만에 40%가량 급등했다. 양측이 물러서지 않을 기세라 현재 83만 원까지 오른 공개매수가는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공개매수가만 믿고 투자할 경우, 매수목표 수량보다 매각신청 분량이 많아지면 팔 수 없게 되고 주가는 원래 시세로 떨어져 피해를 보게 된다. 금감원이 공개매수에 대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 이유다.
인수전 과열은 향후 고려아연 재정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개매수를 위해 고려아연은 2조5,000억 원, MBK 측은 1조9,000억 원을 각각 단기 차입했다. 만기를 기준으로 그 이자만 고려아연 1,300억 원, MBK 측은 900억 원으로 고려아연 지난해 영업이익의 13~20%에 달한다. 누가 이기든 동원한 차입금 때문에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이 늘고 투자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라 당장 핵심 사업에도 차질이 불거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 진행하던 수천억 원대 니켈 공급 계약이 경영권 불안 때문에 성사 직전 무산됐다는 보도에 이어, 이차전지 핵심소재 공급 계약도 중단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재계에서는 고려아연 사태가 아연·은·황산 등 산업 필수 기초 소재 공급 문제로 번져 다른 산업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막장으로 치닫는 고려아연 인수전이 승자의 저주로 끝나지 않으려면, 양측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금융당국도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해선 엄중하게 대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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