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렉처 강연서 '8·15 통일 독트린' 역설
"자유 통일 한반도, 인태 자유·평화·번영 기여"
남북 통일 전제, 정작 北은 "요새화" 관계의 한계
"자유 통일 한반도가 실현되면, 한반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싱가포르 렉처'에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평화·번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다. 지난 광복절 기념사에서 밝힌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국제사회 동참을 당부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사자인 북한이 이날 남측과 연결된 도로·철도 철거를 공언하는 등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은 풀어야 할 선결 과제다.
이날 윤 대통령이 참석한 싱가포르 렉처는 싱가포르 정부 산하 '동남아시아 연구소(ISEAS)'가 주최하는 강연 시리즈다. 1980년 창설 초창기엔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제1회), 미국의 '전설적 외교 전략가'인 헨리 키신저(제2회) 등 세계적 석학들이 연사로 나섰다. 싱가포르를 방문한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초청되는 권위와 전통을 가진 행사로,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난 2018년 싱가포르 국빈 방문 당시 같은 프로그램에서 '한반도 포스트 비핵화 로드맵'을 밝혔다.
통일 독트린 역설... "대규모 시장 열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8·15 통일 독트린과 관련, "대한민국의 자유 가치 체계를 공고히 하고 북한에 자유 통일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널리 전파하면서 이런 통일 한반도를 구현하기 위한 국제사회와 연대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다짐이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통일 한반도는 가난과 폭정에 고통 받는 2,600만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를 선사하는 축복"이라며 "큰 자유를 얻은 한국은 역내와 국제사회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 한반도가 인태 지역의 자유와 평화,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이어 인태지역 발전을 위한 한국 정부의 액션 플랜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인들은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지켜주는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해 각별한 믿음과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올해부터 인태지역 국가 대상으로 민주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개발협력 사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해양 감시 및 정보공유를 위한 국제 협력 촉진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자유무역 증진에 한국 정부의 적극적 역할도 약속했다.
"인태 민주주의 증진 기여 사업 적극 지원"
다만 이날 윤 대통령이 내세운 장밋빛 전망의 전제는 '남북 통일'이다. 하지만 통일 독트린 발표에 부정적인 북한은 이날 남측과 연결되는 길을 단절하고 '요새화 공사'를 시작하는 등 쓰레기 풍선에 이어 대남 적대화 정책을 되레 강화하는 분위기다.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대한 돌파구 마련 없이는 윤 대통령의 구상도 선언적 의미로 그칠 가능성이 큰 상황인 셈이다.
이날 행사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동남아연구소 소속의 한 청중은 윤 대통령에게 '북한은 통일에 관심이 없어보이고 남한을 적대국으로 보고 있는데, 자유와 인권에 집중하는 통일 독트린이 북한에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겠냐'고 물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우리의 통일 원칙과 비전은 자유, 평화 통일이라 북한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당장 내일 통일을 기대하기 쉽지 않지만, 통일 준비를 하고 거기에 부합하는 행동을 꾸준히 실천해야 상황 변화와 기회가 왔을 때 통일을 실현할 수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 후 싱가포르 시내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참석했다. 현지 동포 160여 명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은 "양국 우호 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동포들에게 더 큰 힘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 대통령은 10일부터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