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델 '로제타 폴드' 함께 개발
"학회보다 연구실 대화 중요시
트레킹하면서도 아이디어 골몰
AI는 연구 추진력 높이는 엔진"
"제가 본 사람 중에 연구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휴가 중 트레킹을 하다가도 동료들에게 메일을 보내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아내가 옆에 없을 때 전화할 테니 연락처를 남겨달라'는 부탁을 할 정도였어요."
올해 노벨화학상을 품에 안은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백민경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그를 이렇게 기억했다. 백 교수는 박사후연구원 시절 베이커 교수와 인공지능(AI)으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프로그램 '로제타 폴드'를 함께 만들었다.
로제타 폴드 개발은 2021년 미국 과학학술지 '사이언스'가 그해 최고의 혁신 연구로 꼽기도 했다. 로제타 폴드 논문은 그해 7월 사이언스에 실렸는데, 공교롭게도 이번에 베이커 교수와 함께 노벨화학상을 받은 구글 딥마인드의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 '알파폴드2'는 같은 시기 영국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소개됐다.
9일 노벨위원회의 화학상 발표 시간에 식사 중이었다던 백 교수는 베이커 교수의 수상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은 백 교수와의 일문일답.
-어떤 연구를 함께 했나.
"베이커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 시절을 보냈다. 그때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프로그램 '로제타 폴드'를 함께 만들었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2와 비슷하다. 다만 베이커 교수가 노벨상을 받은 건 세상에 없던 단백질을 설계한 업적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의 수상을 예상했나.
"함께 연구하던 시절부터 그는 언젠가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4~5년쯤 뒤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빨랐다. 단백질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방법을 고안해낸 건 무척 파급력 있는 기술이지만, 시간이 흐른 뒤 인류에 얼마나 공헌했는지를 평가해온 그간의 노벨상을 생각하면 조금 이르다고 본다. AI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연구는 이제 막 뻗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지도교수로서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지만, 휴가와 상관없이 항상 연구만 생각했다. 그의 연구실에 합류했을 때 이미 이 분야의 대가였고, 학회를 다니기보다 연구에 집중하는 쪽이었다. 연구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실험 같은 기존 방법론이 저물고 AI 방법론이 부흥할까.
"그렇진 않을 거라고 본다. AI가 모든 것을 해결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AI는 연구를 위한 하나의 도구다. 실험 같은 전통적 방법론을 대체한다기보다 보완하는 관계가 아닐까. 연구에 추진력 있는 엔진이 하나 더 달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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