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전 장관, 여권 차출로 4월 총선 출마→낙선
인니, 'K방산' 최대 수입국...한국 기업 진출 활발
'특임공관장 자리 나눠먹기' 비판 피하긴 어려워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인도네시아 대사에 내정됐다. 우리 방산 수출의 '큰손'으로 통하는 인니와의 경제·군사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다만 방 전 장관은 지난 총선에서 수원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는데, 당시 장관 취임 3개월 만에 차출돼 논란이 일었다. 여권이 정치 셈법에 따라 기용한 인사를 다시 주요국 대사로 보내면서 '보은 인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주인니대사 자리는 현재 공석인 상태다. 이상덕 전 대사가 7월 재외동포청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후임자를 채우지 못했다. 이에 전직 군 장성과 고위 관료 출신을 비롯해 다양한 후보군이 거론돼왔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10일 "(방 전 장관이)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고 전했다. 방 전 장관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사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아그레망(외교 사절 파견에 대한 주재국 동의)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 가운데 한국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구입하는 국가다. 국산 기본훈련기 KT-1과 고등훈련기 T-50 항공기를 최초로 수입했다. 한국산 잠수함도 도입했다. 국산 방산무기 총구매액은 43억 달러(약 5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산업부에 방위산업 전담부서를 신설해 'K방산' 수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현대차, LG, 포스코 등 많은 국내 기업이 일찌감치 인도네시아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 현지 투자를 늘리는 등 산업 분야 협력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자연히 방 전 장관이 대사 적임자로 부각될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대아세안 외교에서 인니가 갖는 특별한 위상을 고려하지 않은 '특임공관장 자리 나눠 먹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임공관장 제도는 직업 외교관이 아니더라도 외교관으로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대통령이 특별히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그런데도 취지와 다르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선 캠프 출신이나 대통령 측근에 대한 보은 인사가 이뤄진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총선 직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런종섭 사태'로 물의를 빚은 것도 그중 하나다.
무엇보다 인니는 이달 새로 선출된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있다. 우리로서는 치밀한 외교 역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마침 이날 한국과 아세안이 '포괄적전략동반자관계'를 수립하면서 인니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 국가로 부상했다. 그간 대사 자리에는 인니 중앙권력의 핵심층과 관계가 돈독하고 대아세안 전략에 밝은 인사가 줄곧 거론되다 돌연 방 전 장관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예산 전문가'인 방 전 장관은 행정고시 28회로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기획재정부 2차관, 보건복지부 차관,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을 거쳐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지난해 9월 산업부 장관으로 발탁됐지만, 4·10 총선 출마를 위해 불과 석 달 만에 장관직을 내려놨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