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나선 지 2개월 만에 10억 달러 모아
캠프 "지출도 만만찮아... 막판 화력 집중"
주춤한 지지율 "민주, 2016년 악몽 우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최근 두 달 사이 1조 원 넘는 선거 자금을 끌어모았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모은 기부금을 뛰어넘는 규모다. 그런데도 정작 민주당 내부에선 '돈 걱정'이 흘러나온다. 한 달도 안 남은 대선이 초접전 양상을 띠면서 경합 지역을 중심으로 막판 자금 공세가 불가피한 탓이다.
등판 두 달 만에 10억 달러 모금
9일(현지시간) 미 NBC방송,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해리스는 지난 7월 조 바이든 대통령 사퇴 후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지 2개월여 만에 10억 달러(약 1조3,500억 원)가 넘는 선거 자금을 모았다. NYT는 "어떤 대선 후보도 선거에 나선 이후 이렇게 빠른 속도로 돈을 모은 적이 없었다"며 "트럼프가 올 한 해 모은 금액마저 뛰어넘는 규모"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올해 8억5,300만 달러(약 1조1,500억 원)를 모았다고 한다. NBC는 "캠프가 보유한 현금만 따지면 해리스는 트럼프에 엄청난 우위를 점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정작 해리스 캠프는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큰돈이 들어온 건 맞지만 그만큼 지출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해리스 캠프는 지난 8월에만 트럼프 측보다 선거 비용을 3배 더 많이 썼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8월 말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 이달 4일까지 지출한 광고비만 해도 트럼프의 2.5배에 달했다고 한다. 세 번째 대선 도전이자, 일찌감치 대선 후보로 확정된 트럼프와 달리 해리스의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유권자에게 각인될 필요가 있었던 만큼 홍보를 위해 더 많은 돈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게 캠프 측 설명이다.
격전지 러스트벨트서 지지율 주춤
'쩐의 전쟁'은 지금부터란 목소리도 있다. 해리스가 경합주(州)에서 트럼프에게 고전 중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온 만큼 막판 화력 집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 퀴니피악대가 지난 3~7일 이른바 '러스트벨트(쇠락한 북서부 공업 지대)' 경합주 3곳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는 미시간에서 50% 대 47%, 위스콘신에선 48% 대 46%로 해리스를 제쳤다. 펜실베이니아에선 해리스가 49% 지지율로 트럼프(46%)를 앞섰지만, 6%포인트 차로 앞섰던 지난달 조사 때보다 격차가 줄었다. WP는 "막대한 지출이 뚜렷한 지지율 선두로 이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해리스 캠프는 남은 기간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지출이 불가피하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에게 패배했던 '2016년 대선의 악몽'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당시 힐러리는 '정치 신인' 트럼프를 상대로 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차지했지만, 예상을 깨고 민주당 텃밭이던 러스트벨트를 트럼프에 내주며 패배했다. 미 CNN방송은 "2016년 패배는 민주당에 '이기고 있어도 질 수 있다'는 망상에 가까운 불신을 일으켰다"며 "팽팽한 여론조사 결과에 선거가 다가올수록 민주당은 더 떨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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