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휴젤 ITC 승소에도 끝나지 않은 '보톡스 전쟁'... "K바이오 수익 다 로펌에 간다"
알림

휴젤 ITC 승소에도 끝나지 않은 '보톡스 전쟁'... "K바이오 수익 다 로펌에 간다"

입력
2024.10.11 16:46
수정
2024.10.11 18:45
0 0

국제무역위 "휴젤, 균주 절취하지 않았다"
휴젤 "불확실성 해소" VS 메디톡스 반발
소송 확전 우려에 균 출처 법제화도 무산
글로벌 시장 경쟁사들과 격차 벌어질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메디톡스 본사 전경. 메디톡스 제공

서울 강남구에 있는 메디톡스 본사 전경. 메디톡스 제공

휴젤이 메디톡스와의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서 이겼지만, 보툴리눔 톡신 제조사 간 이른바 '보톡스 전쟁'은 끝을 맺지 못할 전망이다. 메디톡스가 휴젤과 추가 분쟁을 이어가는 한편 다른 국내 기업으로도 전장을 확대할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간 자중지란으로 K바이오의 성장동력 손실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메디톡스가 제기한 ‘보툴리눔 톡신 의약품의 미국 내 수입에 관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에 대해 "휴젤의 위반 사실이 없다"고 최종 심결했다. ITC는 이로써 조사를 종료했다. ITC는 "메디톡스 측이 제기한 ‘(휴젤의) 균주 절취’ 주장을 지지하지 않으며, 특정 보툴리눔 톡신 제품 및 그 제조 또는 관련 공정을 미국으로 수입할 경우 미국 관세법 337조에 위반하는 사항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2022년 3월 메디톡스는 휴젤과 휴젤 아메리카, 휴젤의 미국·유럽 협력사 크로마파마를 상대로 균주와 제조 공정을 도용해 불법적으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만들었다며 미국 시장에 수입금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휴젤 관계자는 "메디톡스의 휴젤에 대한 균주 절취 주장에 근거가 없음이 ITC 최종 판결을 통해 밝혀지면서 휴젤의 미국 사업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휴젤은 앞으로도 기업 신뢰도 및 주주 가치를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전사적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며,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휴젤은 지난 7월부터 미국으로 보툴리눔 톡신 제품 '레티보'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반면 메디톡스는 반발했다. 메디톡스 측은 "ITC 전체 위원회의 결정은 유감이며, 매우 잘못된 판단이라 생각한다”면서 “대응 방안을 검토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불복 의사를 분명히 했다.

강원 춘천시 동내면 거두단지에 있는 휴젤 거두공장 전경. 휴젤 제공

강원 춘천시 동내면 거두단지에 있는 휴젤 거두공장 전경. 휴젤 제공

이에 따라 휴젤-메디톡스의 보톡스 전쟁은 완전 종결이 아닌 다른 형식으로 분쟁을 이어갈 확률이 높아졌다. 가장 먼저 메디톡스가 미 연방법원을 통해 항소하는 방안이 점쳐진다. 각종 손해배상 등 국내외 소송전으로 확전할 가능성도 있다. 보툴리눔 톡신 업계 관계자는 "소송에 따른 명예훼손, 영업방해 등은 반대로 휴젤이 메디톡스에 제기할 수 있어 양 사가 어느 정도 합의하지 않으면 진흙탕 분쟁으로 커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 대웅제약, 휴젤로 이어진 메디톡스의 소송 전략에 따라 미국 시장으로 진입하려는 다른 후발주자들에도 추가적인 ITC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휴온스바이오파마, 제테마, 한국비엠아이, 파마리서치바이오 등 보툴리눔 톡신 기업이 밀집해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의 민·형사 소송도 남아 있다. 지난해 메디톡스가 민사 1심에서 승리했지만 내년에 2심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소송 전장이 된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에선 상황을 되돌리기 어려워졌다는 자조적인 비판이 나온다. 보톡스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도 거론됐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앞서 국회에서는 생물테러 감염병 병원체 규제 강화 법안을 통해 각 사 균주의 유전자 정보를 방역당국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보툴리눔균 출처 분쟁을 해소하려 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영업 비밀, 재산 가치 보호를 이유로 법제화가 무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바이오 기업이 수익의 대부분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어 K바이오의 위상을 높이려 하지만,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은 수익을 로펌에 가져다주고 있다"며 "국내 기업끼리 다투는 사이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경쟁사들은 더 멀리 앞서가고 있는데, 자멸을 막을 수 있는 건 해당 기업들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