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원장
"트럼프 2기, 한국에 위기 아닌 기회일 수도
중국 견제 위해 동맹국들과 함께 갈 수밖에
美 주도 질서에 대한 한국 기여를 강조해야
비용을 지불하며 무엇을 얻을지가 중요해
우크라가 우선, 김정은 당장 만나지 않을 것"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은 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에는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해외 안보에 있어서 우리의 기여와 역할이 미국 국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우리의 레버리지(지렛대)를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정부의 성과물로 꼽히는 '핵협의그룹(NCG)'과 한미일 안보협력이 곧 와해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최 원장은 무엇보다 대중국 견제를 우선시할 도널드 트럼프의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도 결국 중국 견제를 위해 우방국들과 같이 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자유민주주의 국제 질서가 미국 국익에 부합하고 그 질서 유지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거래 방식이 그런 것처럼 '줄 건 주되 받을 건 확실히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방위비분담금 재협상부터 나설 것… 한국의 해외안보 기여로 청구서 내밀어야"
-트럼프 당선으로 지난달 체결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무위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데.
"한국에 대해선 (트럼프 2기 정부가) 그것부터 파기하고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주한미군을 주둔시켜야 하나', '한국이 돈을 더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것이다. 트럼프의 관심은 결국 '비용과 부담'이다. 우리가 얼마나 지불하느냐에 따라 대가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핵잠재력 보유의 필요성을 제기하거나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해도 바이든 정부는 비확산 문제 때문에 안 된다고 했지만, 트럼프는 다를 수 있다. 이런 트럼프의 특성을 활용해서 우리의 핵 잠재력을 확보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의 성과인) 핵협의그룹과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해서도 공화당 내부에서는 괜찮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미국과의 안보협력이) 바이든 정부보다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금전적인 차원에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우리가 비용을 지불하면서 무엇을 얻을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해왔는데.
"가능성은 낮다. 트럼프는 나토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를 올리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면서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주독미군 9,000명을 뺐다. 하지만 미국 본토가 아닌 폴란드로 이동했다. 이게 트럼프의 방법론이다. 동맹국에 더 많은 기여를 요구하는 것이지, 동맹을 깨겠다는 건 아니다."
-동맹의 '가치'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GPS)' 외교가 흔들리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미국의 리더십이 바뀐다고 해서 우리가 스스로 부정해선 안 된다. 트럼프가 재집권해도 권위주의 세력 대 민주주의 세력 간 경쟁의 틀 자체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하는 데 있어 동맹과 가치중심 외교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계속 부각해 레버리지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어떤 레버리지인가.
"한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해온 미국의 해외 안보 문제에 기여함으로써 트럼프에게 오히려 청구서를 들이밀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트럼프 정부와 협조 관계를 이룬다면 중국과 러시아에도 우리가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커질 것이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그렇게 했다.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에 치중하는) 이른바 '등거리 외교'는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에 레버리지를 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중국, 러시아와 좋게 관계를 끌고 가려고 하지 않는 게 아니다. 러시아처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무력 사용을 두려워하지 않는 권위주의 국가와 과연 우리의 국익을 훼손하면서까지 잘 지내려고 하는 것이 타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더 많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소통하고 협력해야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트럼프 2.0, '중국 때리기' 더 거세질 것…우리 대미투자 강조해야"
-트럼프가 중국 견제를 강화하면 우리 기업도 피해를 보지 않을까.
"트럼프도 동맹국이 없다면 중국을 제대로 견제할 수 없다. 결국 우방국들과 같이 갈 수밖에 없다는 걸 설명하고 우리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늘리면서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강조해야 한다. 트럼프의 자국 중심주의 성향으로 인해 외국 기업을 상대로 한 각종 보조금 관련 법을 폐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전면적 폐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우리가 대미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협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좋아하지 않나.
"시 주석에 대해서는 좋게 얘기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 때리기'는 계속할 것이다. 관세정책은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 노동자들의 관심 분야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대중 견제에 대한 입장은 같지만 방법론과 분야에 차이가 있다. 공화당도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앞서는 걸 용인하지 않는데, 트럼프는 나아가 자동차나 철강 분야에서까지 중국의 도전을 용인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시 주석과의 관계가 좋다고 해서 중국 견제 수위를 낮추는 건 아니다."
"트럼프, 김정은 대화 전 '화염과 분노' 얘기해…당장 만날 동기 없어 보여"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했나.
"지금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많은 사람이 잊고 있는데, 트럼프는 '화염과 분노'를 얘기했던 사람이다. 당장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국민에 대한 안전보장에 전면 위배되는 사람과 회담하는 건 쉽지 않다. 오히려 2017년 때처럼 '최대한의 압박'으로 갈 수 있다. 트럼프는 불리한 입지에서 절대 협상하지 않는다. 더구나 1기 행정부 때는 북핵 문제 외에 안보 이슈가 없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이 우선이고, 국제사회의 관심도 그쪽으로 쏠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을 당장 만날 충분한 동기가 없다고 보인다."
-트럼프도 바이든처럼 대만 문제를 중시할까.
"트럼프는 대만에 대해 스스로 방어할 능력을 갖추라고 요구했다. 대만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아시아의 불안으로 연결되고 이것은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본다. 따라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군사력 확충을 강조하고 동맹과 우방의 기여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은?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 군사, 다자안보 협력,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주요 현안에 두루 정통하다. 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부장, 국립외교원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거친 미국 전문가로 꼽힌다.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 참여했다. 2013~2019년 외교부 자문위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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