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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전략적 모호성' 통할까…정전협정 위반은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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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전략적 모호성' 통할까…정전협정 위반은 자충수

입력
2024.10.14 07: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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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 드론 투입, 군 허가 있어야
허가했다면 정전협정 위반…"군 인정 쉽지 않아"
'전략적 모호성' 택한 軍…"북한에 혼란주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가장 적대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 국가인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수도 평양시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가장 적대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 국가인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수도 평양시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궁여지책(窮餘之策)인가, 고도의 심리 전략인가.

북한의 평양 상공 침투 무인기 주장에 대응한 우리 군의 '전략적 모호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북한에 혼란을 가해 향후 추가 도발을 억제하겠다는 전략적 노림수란 평가가 있는 반면, 정전협정 위반 등 민감한 사안으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침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사건의 주범이거나 공범임을 자인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비아냥대고, 야당에서는 정확한 상황 설명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군의 입장에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군의 딜레마…'몰랐다? 방공망 공백' '알았다? 정전협정 위반'

전문가들은 일단 우리 정부와 군의 '난처한 상황'을 지적한다. 평양 상공에 침투한 무인기의 주체가 남측이라는 북한 주장을 선뜻 인정하기도 부정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먼저 무인기가 민간 단체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 군으로서는 대드론통합체계에 구멍이 생겼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된다.

반면 북한의 주장대로 '우리 군의 작품'이거나 민간 무인기를 허가 또는 묵인한 것이라면 정전협정 위반이 된다. 더욱이 무인기가 비행한 곳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평양 중구역 상공으로, 북한으로서는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도발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다. 김용현 국방장관이 11일 밤 "(무인기를) 보낸 적 없다"고 했다가 "확인해줄 수 없다"고 금방 입장을 선회한 것도 이 같은 '딜레마'의 방증으로 받아들여진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민간에 의해서든, 군에 의해서든 남쪽에서 북한으로 무인기가 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일종의 군사력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며 "어떤 입장도 밝히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경운 한국군사전략문제연구소 위원은 "군에 입장 변화는 북한에 혼란을 줘 무인기를 보낸 주체를 특정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며 "북한을 딜레마에 빠트려 다음 대응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고도의 심리 게임"이라고 분석했다.

전략 통할까? 북측에 공세 빌미만 제공?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가장 적대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 국가인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수도 평양시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가장 적대적이며 악의적인 불량배 국가인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수도 평양시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전략적 모호성 전략이 과연 적절한 대응법인지를 두고도 평가는 엇갈린다. 침묵의 대응이 오히려 북측에 공세 수위 상승의 빌미만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전직 국방 고위 관료는 "(침묵에 곁들이며) 굳이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 발언을 할 필요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북한 정권의 종말"(국방부)이라거나 "자살을 결심하지 않는다면 전쟁은 하지 못한다"(신원식 국가안보실장)는 말로 괜한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높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11일 무인기의 평양 중구역 침투 사실을 비난하는 외무성 중대성명 발표와 함께 쓰레기풍선을 살포하는 것으로 대남 도발을 이어갔다. 합동참모본부는 수거된 쓰레기풍선 일부에서 위치정보시스템(GPS) 발신기가 부착됐다고도 했다. 북한이 남측 이동경로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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