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혈액암 3기 판정, 최근 건강 악화
무대 못 오를까 주변에 투병 사실 안 알려
각계각층서 '건강 회복' 응원 메시지 쇄도
"랩하는 게 너무 행복해 암에 걸린 것도 숨겼습니다."
평균연령 85세 할매(할머니)들로 구성된 8인조 칠곡할매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의 한 멤버가 암 투병 사실을 숨기고 활동해 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올 초 시한부 판정까지 받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할머니는 최근 서울 광화문광장 무대에 오를 정도로 열정을 발휘했다.
13일 경북 칠곡군에 따르면, 수니와칠공주 멤버 서무석(87) 할머니는 래퍼 활동 중 몸에 이상 증세를 느끼고 올해 1월 대학병원에서 림프종 혈액암 3기와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았다. 지난 6일부터 건강이 악화해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암이 폐로 전이됐고, 현재 의식이 혼미한 상태다. 서 할머니는 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 수니와칠공주 멤버로 활동하지 못할 것 같아 가족을 제외하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서 할머니는 9개월이나 활발히 활동해 왔다. 매주 2회씩 경로당 연습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고, 지난 4일 서울 광화문광장 '한글주간 개막식' 무대에 올라 평소 갈고닦은 랩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가족들은 할머니의 건강이 걱정돼 활동을 만류했지만, 무대에 올라 마치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에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딸 전경숙(65)씨는 "랩을 하시며 웃고 행복해하는 어머니를 말릴 수 없었다"며 "몸져누워 있는 상황에서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실 만큼 진심이셨다"고 말했다. 또 "지난 1년은 어머니가 그동안 평생 누리지 못했던 천국 같은 시간이었다"며 "랩을 하는 행복감으로 암을 이겨내며 6개월을 더 살고 계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서 할머니의 입원 소식에 쾌유를 바라는 응원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할머니에게 위문품과 함께 "다시 만나 랩을 하기로 한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건강을 회복해 꼭 다시 뵙게 되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할미넴' 배우 김영옥씨도 "함께 랩을 하기로 약속한 만큼 하루빨리 병상을 박차고 일어나시기 바란다"고 응원했다. 12일 할머니가 입원한 병원을 찾은 김재욱 칠곡군수는 "할머니는 행복 바이러스로 암세포와 싸우며 마지막 남은 열정을 불태우셨다"며 "건강을 회복해 수니와칠공주 멤버로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니와칠공주는 지난해 8월 칠곡군 지천면에 사는 할머니들이 모여 결성한 그룹이다. 주요 외신들도 수니와칠공주를 주목하며 'K할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데뷔 1주년을 맞아 각계각층으로부터 축하 메시지가 쇄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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