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민간에서 보내기 어려운 드론 비행 기술?
② 민간드론의 북 상공 비행, 이번이 처음?
③ 기체 확보 사진 공개 않은 북한...속내는?
④ 대남 공세 수위 올리려는 북한의 자작극?
북한은 11일 외무성 명의 성명으로 '무인기(드론) 평양 상공 침투'를 주장한 이후 무인기의 실체 등 후속 증거는 더 이상 내놓지 않고 있다. 무인기를 보낸 주체도 군인지 민간단체인지 특정하지 않은 채 여전히 '대한민국'으로 통칭할 뿐이다. 여기에 우리 군도 '사실 여부 확인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의 불투명한 정보 제공으로 무인기 진위 여부는 미스터리로 남을 공산이 크다. 나날이 긴장이 고조되는 한반도 정세에 불확실성만 한층 더해지고 있다.
①누가? 왜? 무인기를 띄웠나?
북한의 침투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핵심은 '누가 보냈느냐'다. 우리 정부나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날려보내는 데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과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 민간단체들이 띄웠을 가능성이 모두 거론된다. 군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진상으로 봤을 때 중거리 운항 가능한 엔진동력의 고정익 중형드론을 위성통신을 통해 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파주에서 평양까지는 직선거리 150㎞로 왕복 300㎞ 이상 비행 능력이 필요하고 군사적인 위험성을 뚫으면서 이 정도 임무를 소화하는 능력을 민간이 갖추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간단체 단독 행동일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물론 기술의 발달로 민간 무인기가 평양까지 비행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엔진 부품 등을 사서 개량할 경우 중국제 민수용 드론도 충분히 평양까지 갈 수 있다"며 "2014년 북한이 한국에 내려보낸 중국제 스카이-09 드론도 엔진을 개량해 우리 영공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역시 12일 TV조선 인터뷰에서 '군용 무인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무인기 활용에 대해서는 군용, 상용이 굉장히 확대되어 다양하게 운용되고 있기에 저 정도 능력이 군용밖에 없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민간 무인기일 가능성에 여지를 둔 것이다.
②민간드론의 북 상공 비행, 이번이 처음?
실제 민간 무인기가 북한 상공을 비행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지난해 1월 국내 드론 동호회 회원이 유튜브에 강원에서부터 금강산까지 약 2시간을 비행한 무인기가 찍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날개가 있는 '고정익 무인기'로 금강산 상공을 촬영한 이 민간인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10년간 드론으로 북한 상공을 촬영했다"는 주장도 했다. 탈북자 운영 유튜브 채널로 추정되는 '아리랑day'는 2022년 드론으로 촬영한 북한 신의주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도 미국 온라인커뮤니티 '레딧'에서 한 이용자가 드론으로 촬영한 신의주를 게시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전문가는 "드론으로 평양 인근을 촬영한 사례가 최근에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대북전단 단체가 아닌 드론 기술을 잘 이해하고 있는 민간 단체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③사진 말고, 드론 기체까지 확보?
북한은 11일 성명과 함께 북한 상공에서 포착됐다는 무인기의 대북전단 살포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9일 오전 1시 13~14분'으로 표시된 사진에는 어두운 야간 하늘에서 삐라 묶음통을 투척, 살포하는 장면이 담겼다. 다만 기체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기체 사진이 무인기 침투 주장의 보다 명확한 증거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북한이 기체를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이 평양 상공에 진입한 드론에 방공 요격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평양 일대는 4중의 다중 방공망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드론이 실제 평양 상공에 진입했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안위와 직결된 평양 방어에 구멍이 생긴 것"이라며 "중대 사안으로 간주될 사태이자 무인기 대응 체계에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최초 성명이 국방성이 아닌 외무성 명의로 발표한 것 역시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기체 확보에 실패, 군사용 행동인지 민간 단체 행위인지 단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섣부른 군사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결국 성명을 통해 한국의 반응을 살피는 일종의 '떠보기'를 해야 했고, 여기에 우리 군이 "확인 불가"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받아쳤다는 것이다.
④북한의 자작극? 가능성은 낮지만...
확률은 낮지만, '북한 내부 소행'이나 '자작극'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대남 공세 수위를 끌어 올리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일 수 있단 얘기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역시 "북한 내부에서 할 수도 있다"며 자작극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는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북한의 대응에 혼선을 주려는 의도에 가깝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전문가들 역시 '자작극'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북한 영공이 세 번이나 뚫린 문제로 강력한 문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을 거짓으로 꾸며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청사구역 상공'에서 발견됐다는 게 사실이라면 북한 지도부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당 지역은 김정은 집무실 등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북한 전문가도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대외적으로 자작극을 벌일 수도 있는데도 모두 공개를 했다"며 "오히려 자작극이 아님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통상 북한은 대북전단과 관련된 소식은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이용했지만, 이번엔 외무성 성명 등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을 통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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