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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허락 없이 집 팔았다가 보증금 날린 집주인… 대법 "중개사 책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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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허락 없이 집 팔았다가 보증금 날린 집주인… 대법 "중개사 책임 없어"

입력
2024.10.13 15:00
수정
2024.10.13 15:1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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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인, 법인 임차인 승낙 없이 매매계약
나중에 경매 넘어가 보증금 물어주게 돼
중개사 상대 소송... 법원 "설명 의무 없음"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집주인이 채무 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집을 팔았다가 보증금을 대신 물게 된 경우, 이 거래를 주선한 공인중개사에게 책임을 대신 부담하도록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채무에 대한 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에선, 법률사무 행위자가 아닌 공인중개사가 설명할 의무는 없다는 취지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손모씨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공인중개사 김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12일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원고 손씨는 울산의 한 아파트 소유자였다. 그는 2018년 11월 한 공공기관(법인)과 임대차 보증금 2억 원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손씨는 2020년 5월 양수인 A씨에게 이 아파트를 2억8,000만 원에 파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보증금 채무 2억 원을 A씨에게 넘기고, 손씨는 나머지 차액 8,000만 원을 받도록 하는 계약이었다. 이 거래를 중개사 김씨가 중개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양도인 손씨가 매매 계약을 하며 임차인(법인)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다.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법인 임차인의 경우 개인 임차인과 달리 대항력(임차인이 제3자에게 자기 권리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힘)이 없어, 양도인이 책임을 면제받으려면 임차인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을 모르고 지나간 것이다. 대법원 판례를 봐도, 전세를 끼고 파는 주택에서 매도인이 책임을 면제받으려면 임차인의 승낙이 필요하다.

결국 이 사건에서 양수인 A씨는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아파트를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경매에 넘겼다. 그러자 법인 임차인은 이미 가입한 전세보증보험의 보험사를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았고, 해당 보험사는 원래 집주인 손씨를 상대로 한 구상금을 청구했다. 결국 손씨는 보험사에 2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손해를 보게 된 손씨는 중개사 김씨와 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가 아파트의 상태와 권리관계 등을 면밀히 파악해 설명해 줄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1심은 손씨가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판결을 또 뒤집어 공인중개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 재판부는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을 가리는 행위는 단순한 사실행위가 아닌 법률사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가 매매 중개 과정에서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까지 조사하고 확인해 설명할 의무는 없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중개 과정에서 그릇된 정보를 전달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중개사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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