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수 미국 뉴욕한국문화원장 인터뷰
정보라 전미도서상 후보 등 성과 이어져
"노벨상은 한국문학의 '퀀텀 리프' 의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건’으로 불린다. 그러나 맥락 없이 갑자기 벌어진 돌발 사건은 아니다. 해외 각국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전초기지인 한국문화원, 그중에서도 ‘세계의 수도’를 자처하는 미국 뉴욕한국문화원의 김천수 원장은 12일(현지시간) 한국일보에 “한국과 한국계 작가가 쓴 소설과 수필, 시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한국문학은 이미 세계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뉴욕한국문화원장으로 부임하기 이전 뉴욕에서 기업 주재원으로 일한 김 원장은 2016년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영국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이후로 해외에서 한국문학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짚었다. 그는 “지난해에도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 후보로 정보라 작가가 쓰고 번역가 안톤 허가 번역한 단편소설집 ‘저주토끼’가 올라서 수상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문학의 성과가) 쭉 누적되어오다가 이른바 '퀀텀 리프'(Quantum leap·폭발적 성장)를 해서 비등점에 다다른 것”이라면서 “앞으로 다른 많은 한국 작가들도 (한강 작가의 성취를) 쫓아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특히 “한국어로 쓴 소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라면서 "그 뒤에는 세계의 언어들로 번역해 가교 역할을 한 전문 번역가들의 공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한국문화원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전문 번역가 양성 프로그램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김 원장은 “한국과 외국 양쪽의 감수성을 모두 지니고 외국어에도 능숙한 이민 2·3세대가 전문 번역가로 자라날 수 있게 지원하려 한다”고 전했다. 그는 “번역가가 늘어날수록 한국문학의 힘은 더욱 커지고 위상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강의 작품을 26개 언어로 번역한 이들은 주로 한국에 뿌리를 둔 재외동포 번역가였다.
뉴욕의 유일한 한국 서점도 한강 책 '매진'
뉴욕한국문화원은 노벨문학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3층 도서관에 보유한 한강의 도서를 모아 전시해 뒀다. 한강의 책을 읽고 싶다는 전화가 쏟아지면서 당분간은 대출을 제한하고 도서관 안에서만 열람하도록 했다. 뉴욕의 유일한 한국 서점인 ‘고려서적’에서도 수상 소식 이후 한강의 책이 매진됐다. 이날 뉴욕한국문화원에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영어 번역본을 읽고 있던 로렌 캠벨(29)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을 보고 싶은데 서점에서는 구하기가 어려워 한국인 친구의 소개로 여기에 왔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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