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들,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에 부쳐
원고가 안 풀리던 저녁이었다. 원고가 안 풀리는 일은 흔하고, 그러니까 흔한 저녁이었다. 습관적으로 인터넷을 뒤지며 아무 글이나 눌러 보다가 노벨문학상 발표까지 20분이 남았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벌써 노벨상 발표 시즌이라니, 또 한 해의 막바지에 다다랐구나, 그런 생각이었다.
지난해 민음사 유튜브에서 중계한 노벨문학상 발표 방송을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서 틀어두었다. 원고는 접어두고 유튜브 채팅창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하는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 이름을 채팅창에 적고 있었다. 그리고 굳게 닫혀 있던 흰 문이 열린 뒤 이름이 호명됐다. 기뻤고, 기쁨의 끝에서 왜 기쁜지 생각하게 됐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주인공이 “한국 사람은 노벨문학상 못 타”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나도 늘 그렇게 생각해 왔다. 한국어를 쓰는 사람은 소수이고 한국어를 번역하는 일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들어왔으니까. 그러나 이 환희는 단순히 한국 사람이 노벨문학상을 타서 기쁜 것과는 달랐다.
무용한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대개 문학이 무용하다고 말하니까. 그런데, 정말 세상에 무용한 것들이 있나. 그렇게 따지면 우리의 존재는 아주 쓸모 있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에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무용한 것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바보 취급한다.
한강 선생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작가들은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아마 작가들 모두가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각자의 삶에는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받은 기분. 이제부턴 그 무엇도 무용하지 않으며 설사 무용하다 하더라도 무용한 것을 마음껏 사랑해도 된다고 허락받은 기분. 그렇기에 아마도 한국문학은 이제 한강이라는 이름에 많은 빚을 지게 될 것이다.
얼마 전 한강 선생님을 만나 솥밥을 얻어 먹었다. 우리는 더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가올 겨울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가올 겨울엔 책방에서 조촐히 송년회를 하며 연말을 보내자는 계획을 세우고 헤어졌다. 조촐히 송년회를 하자는 계획은 아마 실현되기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계획이 실현되지 않는 일은 흔하고, 그러니까 흔한 일이 될 것이다, 다양한 삶의 가치가 존중받는 일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