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1 캐리 피셔
영화 ‘스타워즈’는 1977년 오리지널 3부작 첫 에피소드 ‘새로운 희망’을 시작으로, 여러 스핀오프 작품들을 빼고 보면 2020년 9번째 에피소드로 일단 끝을 맺었다. 제다이 영웅들과 제국 악당들의 남성 대결 서사 안에서, 레아(Leia) 공주는 위태로운 젠더 기울기의 파국적 붕괴를 막아낸 인물이다. 그 배우가 캐리 피셔(Carrie F. Fisher, 1956.10.21~2016.12.27)다.
그는 스타 커플 에디 피셔와 데비 레이놀즈의 첫아이로 태어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거쳐 17세에 영화에 데뷔, 조디 포스터 등 20여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저 배역을 따냈다. 생후 2시간 만에 ‘Life’ 잡지 표지 사진에 등장했던 할리우드의 금수저였지만, 아버지는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사랑에 빠져 생후 18개월의 딸과 가정을 버렸고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가 됐다. 피셔 역시 스타워즈 첫 편을 찍던 무렵부터 술과 마약에 의존했고, 85년 위세척까지 받고 중독자 치료시설에 입소했다. 그는 심한 조울증도 겪었다.
그 시련 속에서 “복도를 뛰어다니기만 하던” 1편의 무력한 공주는 점차 정의로운 정치인으로, 반란군 총사령관으로 성숙해갔다. 그리고, 자신의 정신 질환과 중독 경험, 할리우드의 부조리 등을 위트와 풍자의 소설과 논픽션 등으로 출간하고 영화와 연극으로 프로듀싱했다.
시리즈 7편 ‘깨어난 포스(2015)’ 촬영을 앞두고 제작진이 그에게 살을 빼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그는 “그들은 내 전부가 아닌 4분의 3만 고용하려 했다. (...) 차라리 젊어지라고 하지”라고 말했고, 개봉 직후 트위터에 “내가 잘 늙었는지 논평하지 말아달라. (…) 내 몸은 나 자신만큼 잘 늙진 않았다”라고 썼다.
2008년 책 ‘위시풀 드링킹(Wishful Drinking)’에 그는 “내가 어떻게 죽든, 브래지어에 목 졸린 채 달빛에 익사했다고 보도되기를 원한다”고 썼다. 그는 런던에서 LA로 향하던 비행기 기내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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