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시험 중 시험지가 1시간 넘게 일찍 배부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온라인에 문제가 유출된 듯한 정황들도 나왔다. 1992년 당시 학력고사 문제지가 사전에 흘러나간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12일 연세대의 논술 고사는 서울 신촌캠퍼스에서 오후 2시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다. 문제지와 연습지, 답안지 배부 시간은 10분 전인 오후 1시 50분이었다. 그런데 한 고사장 감독관 2명이 그보다 1시간가량 빠른 12시 55분에 문제지를 배부했다가 15분 뒤 부랴부랴 회수했다. 해당 고사실 수험생 30명가량은 시험지 회수 뒤 자습시간을 갖고 휴대전화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시험 시작 전 단답형 문항 정보가 올라왔고, 시험지로 추정되는 사진까지 공유됐다.
연세대 측은 “시험 공정성을 훼손시킬 만한 행위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문제지가 연습지에 덮여있어 수험생들이 볼 수 없었고, 단답형 문항 정보는 시험지 배부 실수보다 빠른 시각 온라인에 올라왔을 뿐 아니라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시험지 사진은 답안지 제출 이후 찍힌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하지만 연세대 논술 전형은 100% 논술 시험 성적으로만 선발하는 본고사와 다름없는 시험이다. 자연계열의 경우 261명을 선발하는데 9,667명의 수험생이 몰렸다. 대학 측 주장처럼 설령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쳐도 이런 중대한 시험에서 어떻게 구멍이 숭숭 뚫릴 수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문제 오류가 시험 도중 발견돼 시험시간을 20분 연장하는 일까지 있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문제지가 연습지에 덮여 있었다 해도 넘겨보기만 하면 얼마든 문제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후 1시간가량 답을 고민할 시간이 있었고 휴대전화로 도움까지 얻을 수 있었다. 허술한 감독하에서 이게 불가능했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나.
연세대 측은 “재시험은 없다”고 못을 박고 있다. 하지만 단 1명이라도 사전에 문제를 봤다면 공정성은 유지될 수 없다. 잘못을 덮으려 급급할 게 아니라 정확한 진상 파악과 함께 모든 수험생들이 수긍할 만한 조치를 내놔야 한다. 교육부도 뒷짐만 지지 말고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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