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방문 맞춰 제작한 영상, '순방 연기'에 못 써
출국 나흘 전 연기,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문체부 "예산 낭비 줄이려 대체 영상 활용"
"맞춤 영상, 향후 순방때 활용 할 수 있어"
올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독일 순방 연기’로 1억 원 가까운 홍보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베를린 ‘벤츠 광장’ 전광판에 틀기 위해 제작한 영상은 순방 연기로 한 번도 사용해 보지 못하고 버려져야 했다.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독일 순방을 기념하기 위한 옥외 전광판 광고 예산으로 9,000만 원이 책정됐다. 이 중엔 윤 대통령 독일 순방 일정에 맞춰 베를린 메르세데스벤츠 광장 전광판에 송출할 ‘영상광고’ 제작비가 포함됐다.
영상은 10초 분량으로 제작에는 예산 1,550만 원이 투입됐다. 한국전쟁과 경제 발전 등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한국과 독일의 우호관계를 부각하고, 양국의 지속적인 협력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포함됐다. 영상 끄트머리에는 윤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독일 국빈 방문 일정이 표시돼 있었다.
하지만 영상은 끝내 빛을 보지 못했다. 대통령실이 순방 나흘 전인 2월 14일 연기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순방 연기의 배경과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당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만 무성했다. 야당에서는 “명품백 사건에 해외 순방에 나서며 환하게 웃는 대통령 부부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담된 것은 아니냐”고 꼬집었다.
해당 전광판에는 독일 순방용 영상을 대신해 지난해 제작된 국가이미지 홍보 영상이 일부 편집돼 송출됐다. 한국과 독일의 우호관계, 교류 협력 관련 메시지는 당연히 담기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순방 연기로 의미가 불분명한 광고를 송출하면서, 당초 목적에 맞는 홍보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문체부는 이미 전광판이 예약된 상태에서 최선의 선택을 강구했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10초짜리 영상을 (순방 기간) 총 1,540회 트는 계약이었다"며 "전광판 비용 환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예산을 최대한 낭비하지 않기 위해 기존에 제작한 국가 홍보 영상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번에 활용하지 못한 영상도 향후 대통령 순방 때 다시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 의원은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나들이’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갑작스러운 순방 연기에 낭비된 홍보 예산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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