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가 유엔 뒤에 숨어 있다"는 이스라엘
유엔 기지 인근 헤즈볼라 터널 공개하며 '여론전'
"국제법 위반의 '새로운 장' 열었다"는 비판 '봇물'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관측탑 파괴로 시작하더니, 사흘 만인 13일에는 급기야 UNIFIL 기지 파괴 및 침투까지 감행하는 등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스라엘은 'UNIFIL 기지 뒤에 숨어 있는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무력화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엔 회원국인 이스라엘이 UNIFIL을 공격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데다, 또 다른 전쟁범죄라는 점에서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UNIFIL 공격, '당당하게' 인정한 이스라엘
UNIFIL은 13일 성명을 내고 레바논 라미야의 UNIFIL 기지에 대한 이스라엘방위군(IDF)의 공격 상황을 상세히 공개했다. 레바논 UNIFIL에는 전 세계 50개국이 파견한 군인 1만58명(지난달 2일 기준)이 주둔하고 있다.
성명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30분쯤 IDF 메르카바 전차 두 대가 UNIFIL 기지 정문을 파괴한 뒤 기지 내부로 침입했다. UNIFIL 측에서 "IDF가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항의하자, 45분 뒤 일단 IDF 전차는 철수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 6시 40분쯤 북쪽으로 100m 떨어진 곳에서 여러 발의 총격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UNIFIL 대원 15명이 부상을 입었다. IDF는 레바논 마이스 엘자발에서 UNIFIL 기지로 향하는 물류 이동도 중단시켰다.
이스라엘은 UNIFIL 공격 사실을 '당당하게' 인정하고 있다.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을 따라 넓게 주둔하는 UNIFIL 뒤에 숨은 헤즈볼라를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명분을 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3일 "UNIFIL이 헤즈볼라 테러리스트를 위한 '인간 방패'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유엔에 'UNIFIL 철수'를 공식 요청하기까지 했다.
이스라엘은 UNIFIL 공격을 정당화하려는 듯, UNIFIL 기지에서 발견됐다는 헤즈볼라 터널도 외신에 전격 공개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IDF는 기자들을 UNIFIL 기지 인근 산으로 안내했는데, 헤즈볼라 무기 보관소 또는 은신처로 보이는 터널 입구가 그곳에 있었다고 한다. 터널에서 발견된 폭발물, 지뢰 등도 함께 공개했다. 레바논에서의 군사 작전을 더 확대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셈이다.
'또 다른 전쟁 범죄'에 규탄 목소리 커져
그러나 국제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이스라엘이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과 달리, UNIFIL에 대한 의도적 공격은 '전쟁 범죄'라는 이유에서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는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의 근거법인 '로마규정'을 인용해 '고의적인 평화 유지 시설 공격은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UNIFIL은 IDF의 행태가 '레바논 내 이스라엘군 병력 철수' 등 내용을 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701호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이스라엘이 국제법 위반의 새로운 장을 연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국제사법재판소(ICJ)와 ICC가 자국의 제노사이드(대량 학살) 등 전쟁범죄 혐의를 정조준하는 상황도 줄곧 무시해 왔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거세진 이후인 지난달 23일부터 UNIFIL 활동은 사실상 마비 상태이기도 하다. 또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가 가자지구 전쟁 휴전 협상을 위해 중재국인 이집트 국가정보국과 13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담한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지만, 이스라엘의 진정성에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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