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맨해튼 42번가의 임대 건물서 시작
주지스님 쓰러지는 등 위기 거쳐 흥성
뉴욕에 한국 불교 전파 소명 "할 일 많이 남아"
미국 뉴욕주 솔즈베리 밀스에는 30만 평(약 99만㎡)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의 한국식 사찰이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뉴욕 원각사’다. 1974년 맨해튼 42번가의 작은 임대 건물에서 시작한 뉴욕 한국 불교 포교의 상징인 원각사는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13일(현지시간)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뉴욕 원각사 창립 50주년 법회에서 법어를 통해 “뉴욕 원각사가 50주년을 맞이한 것은 곧 뉴욕에 있는 사찰들이 서로 협력하고 신도분들이 신심과 원력을 잃지 않고 정진하고 계시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회는 이달 8일부터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전통불교문화교류의 마침표를 찍는 행사였다.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신도 500명 이상이 모였다.
법회에는 한국계뿐 아니라 외국인 신도도 여럿 보였다. 유대인 아버지와 불교를 믿었던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뉴욕 센트럴 시나고그 수석 랍비 안젤라 워닉 북달은 축사에서 “세상에 온갖 폭력이 난무하는 이 시기에 무엇보다 한국 불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숭산스님이 경남 양산 통도사 분원으로 미국 뉴욕 맨해튼에 세운 원각사는 동국대 부총장 출신 법안스님이 1976년 주지를 맡은 이후 본격적으로 신도가 늘어났다. 1980년대에는 지금의 위치로 옮겨 전통적인 한국 사찰을 만들어 뉴욕 불자들의 귀의처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 시작됐다. 얼마 되지 않아 법안스님이 쓰러지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 구룡사 주지였던 정우스님과 지광스님이 한국 불교 전파라는 사명을 지니고 각각 주지와 부주지를 맡으며 비로소 안정을 되찾았다.
두 스님과 신도들의 노력으로 뉴욕 원각사는 2011년 시설을 확장하는 ‘대작불사’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시설과 건축허가 승인, 공사 등을 거쳐 지난해 미국에서는 드문 웅장한 한국식 사찰이 세워졌다. 대작불사 경과보고를 맡은 정화섭 불사추진위원장은 “대웅전 및 무량수전 선원을 지을 목재는 캐나다에서 가져왔고, 기와와 주춧돌은 한국에서 보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뉴욕에서 한국 불교의 정체성을 살리려면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뉴욕 원각사는 불교뿐 아니라 한국 문화 체험과 명상 프로그램, 템플 스테이 등을 통해 미국에 불교와 한국을 알릴 계획이다. 정 위원장은 “원각사가 한국인으로서 자랑할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 천년만년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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