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수니와 칠공주' 래퍼 서무석 할머니
지난 1월 혈액암 3기, 3개월 시한부 판정
딸 "좋아하는 랩하면서 6개월 더 사신 듯"
암 투병과 시한부 판정 사실을 숨기고 할머니래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 멤버로 활동한 서무석(87) 할머니가 15일 세상을 떠났다. 수니와 칠공주는 경북 칠곡의 평균 연령 85세 할머니 여덟 명이 결성한 힙합 그룹이다.
15일 칠곡군에 따르면 림프종 혈액암 3기를 앓고 있던 서 할머니는 지난 6일 건강악화로 대구 달서구의 한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암이 폐렴으로 전이됐다. 할머니는 하루 전인 14일 오후 10시쯤 의식을 잃은 뒤 이날 오전 8시 가족들이 임종하는 가운데 별세했다. 빈소는 인근 N전문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지난해 8월부터 그룹의 래퍼로 활동한 서 할머니는 올 1월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 진단을 받은 결과 림프종 혈액암 3기와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서 할머니는 가족을 제외하고는 아무에게도 이를 알리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랩 공연을 이어왔다. 매주 2회 경로당 연습에 빠지지 않았고, 지난 4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글 주간 개막식' 공연 무대에도 올라 갈고닦은 솜씨를 자랑했다.
가족들은 할머니의 활동을 만류했지만, 무대에 올라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에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딸 전경숙(65)씨는 "랩을 하시며 웃고 행복해하는 어머니를 말릴 수 없었다"며 "몸져누워 있는 상황에서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실 만큼 진심이셨다"고 말했다. 또 "지난 1년은 어머니가 그동안 평생 누리지 못했던 천국 같은 시간이었다"며 "랩을 하는 행복감으로 암을 이겨내며 6개월을 더 사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입원 중에는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과 '할미넴' 배우 김영옥씨가 쾌유를 빌기도 했다. 지난 12일에도 할머니를 병문안했던 김재욱 칠곡군수는 "랩을 하기 위해 암 투병 사실까지 숨기셨던 할머니의 열정이 온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