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심의 없이 사건을 처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검찰은 대신 수사팀에 속하지 않은 검사들로 구성한 ‘레드팀’에 법리 검토를 받는 방식을 택했다. 검찰 안팎에선 명품백 수수 의혹에 이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사실이라면 ‘정치 검찰’임을 자인하는 셈일 것이다.
지난달 도이치모터스 사건 항소심에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전주(錢主)’ 손모씨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 건 김 여사 수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이었다. “전주는 무죄”라던 그간 대통령실 방어논리는 무너졌다.
이후 김 여사가 실제 관여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도 여럿 나왔다. 주가조작 ‘주포’ 김모씨가 도피 중 공범에게 “잡힌 사람들은 구속기소가 될 텐데 내가 가장 우려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잡혀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라고 쓴 편지가 공개됐다. 이들이 김 여사를 공범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충분히 볼 법하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던 2020년 9월 핵심인물인 블랙펄인베스트 이종호 전 대표와 1주일간 36차례나 전화 및 문자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그런데도 검찰은 수심위조차 열지 않고 결론을 내겠다고 한다. 앞서 수심위가 명품백 공여자인 최재영 목사에 대한 기소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비판 여론이 거셌던 것을 의식했을 것이다. 대신 수사팀 외부 검사들로부터 반대 입장을 들어보는 ‘레드팀’ 절차를 밟겠다지만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수사 결과를 재보선 바로 다음 날이자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 전날인 17일 발표할 거라는 일각의 관측이 사실이라면 이 또한 매우 정치적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조차 최근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며 사실상 검찰의 기소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당 대표까지 이럴진대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경우 김 여사 특검법 통과의 도화선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가뜩이나 김 여사 비선라인 논란 등으로 여론은 악화일로다. 아직 시간이 있다. 발표를 늦추더라도 촘촘한 법리 구성으로 법원 판단을 받아보는 것, 그게 검찰이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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