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무거워서 쉽게 읽히는 책 아닌데도...
책 거의 안 사는 '간헐적 독자군'도 움직인다
"처음 보는 판매지수...열풍 꽤 지속될 것"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53) 작가의 책들이 수상자 발표 닷새 만에 100만 권 넘게 팔렸다. 한강의 모든 책을 소장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서점가의 '한강 신드롬'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993년에 시인으로, 1994년에 소설가로 등단한 한강이 낸 책은 약 20종이다.
15일 3대 온·오프라인 서점으로 불리는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에 따르면, 한강 책(전자책 포함)의 판매량은 100만5,000권으로 집계됐다. 노벨상 수상 발표일(10일) 이후의 판매량이다. 교보문고에서 36만 권, 예스24에서 40만 권, 알라딘에서 24만5,000권이 각각 판매됐다. 3곳은 전국 도서 판매량의 약 90%를 점유한다. 다른 유통망을 통한 판매량까지 포함하면 총 판매량은 100만 부를 훌쩍 넘긴 것으로 보인다.
한강이 밀리언셀러가 된 것이 이례적인 건 그의 책이 대중적 내용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한미화 출판평론가는 "한강 작가의 책은 주제의식도 무겁고 쉽게 읽힐 책은 아니다"라며 "(한 작가의 책을) 한 권도 안 읽었던 사람들이 '나도 주문해서 읽었다'고 인증하는 분위기인데, 이런 '간헐적 독자군'까지 움직이고 있어서 책이 좀 더 판매될 듯하다"고 말했다.
단일 종수 기준 가장 최근의 문학 장르 밀리언셀러는 이미예 작가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전 2권)'이다. 2000년 이후엔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전 3권)',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등이 100만 권을 넘겼다.
책 잘 안 사는 50대도 지갑 열었다..."열풍 오래갈 것"
한강 책의 판매량은 종이책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전자책으로 구매하면 바로 볼 수 있지만, 손에 잡히는 물성을 원하는 독자들이 종이책 구매를 선호한 결과다.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모든 책을 '원서'로 소장한다는 기념품의 성격도 짙기 때문이다.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1~10위권을 한강의 책들이 싹쓸이하고 있는 것도 이래서다. 교보문고의 한강 작가 책 판매량의 90.4%가 종이책이었다.
출판계에서는 노벨상 특수가 불황에 시달리는 출판 시장 전반으로 확대되길 기대한다. 출판평론가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책 시장에서 마이너 독자에 속하는 50대도 (한 작가 책에) 돈을 쓰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라며 "출판계 근무하면서 처음으로 본 판매지수라 (한강 열풍이) 꽤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기준 예스24의 한강 책 구매 연령층 자료에 따르면 50대는 31.2%로 40대(34.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장 대표는 그러나 "특정 작가의 작품이 지나치게 많이 팔리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며 "(독자들의 관심이) 다른 한국 문학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서점, 출판사, 정부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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