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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연료 재처리가 절실한 이유

입력
2024.10.16 17:00
수정
2024.10.16 18:3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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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조현동(앞줄) 주미국 한국대사가 11일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 등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워싱턴특파원 공동취재단

조현동(앞줄) 주미국 한국대사가 11일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 등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워싱턴특파원 공동취재단

핵연료는 원자력발전에서 핵분열을 일으켜 에너지를 방출하도록 가공된 소재다. 보통 농축우라늄을 많이 쓴다. 그런데 농축우라늄 핵연료는 경수로 방식 원자로 기준 3년 정도가 지나면 효용이 떨어져 새 연료로 대체해야 한다. 이때 교체된 핵연료봉 내 핵연료를 사용 후 핵연료라고 한다. 사용 후 핵연료는 현재 2가지 방식으로 관리된다. 하나는 폐기를 결정해 원자력안전법상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관리하고, 다른 하나는 재처리하는 것이다.

▦ 폐기물로 관리하는 경우, 일단 원전 주변에 중간저장시설을 구축해 임시보관 후, 궁극적으론 지하 500~1,000m 깊이에 봉인 매장할 수 있는 처분시설을 따로 구축해 인간 생활권으로부터 영구격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영구 처분시설이 없이 중간저장시설에 2만 톤 정도의 폐기물을 임시보관하고 있으나, 2030년부터 저장용량이 한계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폐기물 영구 처분시설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 재처리는 사용 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 등을 추출해 핵연료로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핵연료 효율을 높이고, 폐기물도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다만 추출된 플루토늄 등은 핵무기 제조에도 쓸 수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론 몇몇 선진국을 제외하곤 재처리가 규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재처리를 못 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서 일본이 1988년 ‘미일원자력협정’ 개정으로 재처리 권한을 확보한 걸 감안하면 우리도 상응하는 권한을 확보해야 마땅하다.

▦ NPT 4조는 ‘NPT 회원국들은 평화적 목적을 위한 핵 에너지의 연구ㆍ개발, 생산, 사용에 대한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동안 재처리 권한을 고집하기 어려웠던 건 북한 핵개발 이슈와 맞물린 지정학적 사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되기에 이른 지금, 재처리 권한 제한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 최근 조현동 주미대사가 재처리 권한 확보 의지를 거론한 데엔 핵무기 문제 외에, 폐기물 임시보관 한계 등 절실한 현실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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