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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꿈드리미 바우처, '카드깡' 전락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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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꿈드리미 바우처, '카드깡' 전락 논란

입력
2024.10.27 19:30
수정
2024.10.28 16:4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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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용품 구입비 100만원 지원
문구점서 전자제품 구매 후
중고마켓 통해 판매 잇따라
교육청 "물품 제한한다"더니
"기술적으로 어려워" 방치

광주광역시 한 문구용품 전문점 내 진열 중인 전자제품들. 김진영 기자

광주광역시 한 문구용품 전문점 내 진열 중인 전자제품들. 김진영 기자

광주광역시의 학부모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이 평소 보지 못한 30만 원대의 에어팟 프로2세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추궁하니 '꿈 드리미 바우처' 카드를 통해 문구용품점에서 구매했다고 털어놓았다. A씨가 이 매장을 찾아가니 한쪽에 에어팟 프로 등 고가 전자제품들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학교생활용품 구매를 돕는 바우처인 광주시교육청의 꿈 드리미 바우처 카드를 통해 중고생들이 고가의 전자제품을 구매하거나 이를 중고마켓을 통해 현금화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바우처는 이정선 광주시교육청의 핵심 공약으로 중·고등학생들의 교육활동을 돕고,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구매할 수 있게 연간 1인당 100만 원 한도로 지원한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시 교육청 예산 1,236억 원이 투입될 예정인데, 올해는 다자녀 가정(2인 이상), 저소득층(중위소득 120% 이하), 다문화·탈북가정 학생 중 중3·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203억 원의 예산이 배정돼 시범 실시됐다. 2026년부터는 전 중·고등학생에게 확대된다. 지역 상권에서 교재·도서 구입비·독서실비·학용품비·안경 구입비로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 시 교육청의 설명이다.

시 교육청이 가맹점의 업종은 제한했지만 개별 구매 품목을 제한하지 않은 게 문제다. 문구용품점에서 고가의 전자제품을 판매하고 학생들은 이를 구매해 중고마켓을 통해 되팔면서, 이른바 카드깡 처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 한 문구용품점에서 2시간 전 구매한 에어팟 프로2가 중고마켓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광주광역시 한 문구용품점에서 2시간 전 구매한 에어팟 프로2가 중고마켓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실제 문구용품 전문 유통업체인 B사는 광주시 상무지구 매장에 '에어팟 프로'나 '갤럭시 버즈'와 같은 고가의 전자제품을 진열하고 있었다. 이곳의 한 문구매장에서 만난 점원은 "꿈 드리미 바우처 카드를 통해 해당 상품들을 문제없이 구매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에어팟 프로 2(35만9,000원), 갤럭시 버즈 FE(9만9,000원), 게이밍 마우스(14만9,000원) 등 학습과 무관한 각종 전자기기도 이 바우처 카드로 구매 가능했다. B사 관계자는 "수요가 많은 지점에 특별히 많은 물량이 배정됐을 뿐 바우처 사업을 겨냥해 물품을 많이 배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지난 5월부터 "문구용품 전문점에서 전자제품들을 구매한 뒤 중고마켓에 판매하면 된다"는 카드깡 팁이 공유되고 있었고 중고마켓 사이트에선 "광주 한 문구용품점에서 2시간 전에 구매한 새 제품"이라며 고가 전자제품을 현금화하는 모습도 쉽게 포착되는 상황이지만 시 교육청은 뒷짐을 지고 있다.

꿈 드리미 사업에 대한 우려는 일찍부터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 당시 채은지 시의원은 "에어팟 등 굉장히 많은 물품들이 학습 준비물에 들어갈 것 같아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우려했다. 당시 정은남 광주시교육청 행정국장은 "진짜 학습 준비물의 종목을 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작용을 막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물품 제한은 이뤄지지 않았다. 문구용품점은 기다렸다는 듯 고가의 전자제품을 들여와 진열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별 물품을 제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시 교육청 관계자는 "물품별로 코드를 주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시 교육청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고, 취지에 맞지 않은 경우 업체에 연락하거나 제한하는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 교육청이 실제 꿈 드리미 사업의 부정 사용 실태를 적발해 가맹점을 제한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시 교육청은 모니터링 강화 외에 뚜렷한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채은지 시의원은 "시의회가 꿈 드리미 사업 예산을 승인했던 것은 당시 교육청이 부적절한 제품에 대해선 구매를 차단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라며 "부정 사용행위에 대한 예방 조치 마련은 물론 환수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광주=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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