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8월 공공급속충전기 고장 1,459건
5.7대당 1대꼴… 누적 고장률 17.6% 달해
환경부는 조사 시점에 고장난 기기만 계산
박홍배 의원 "전체 누적 고장률 공개해야"
환경부가 관리하는 '전기차 공공급속충전기'가 올 들어 8월까지 1,400건 이상 고장 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환경부는 충전기 고장률을 0.2~0.3% 수준으로 발표했지만, 전체 고장 건수를 반영한 누적 고장률은 이보다 60배 가까이 높다. 정부가 공공급속충전기 고장 실태를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17일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접수된 전기차 공공급속충전기 고장 신고 건수는 1,459건이었다. 같은 충전기가 두 번 이상 고장 난 적은 없다는 가정 아래 이 기간 전국에 설치된 공공급속충전기 대수(8,293대)와 대비하면 누적 고장률이 17.6%에 달한다. 충전기 5.7대당 1대꼴로 문제가 생긴 셈이다.
반면 정부는 지난 8월 공공급속충전기 고장률을 0.3%로 발표했다. 누적 고장률과 58배에 이르는 차이는 계산법에서 발생했다. 정부는 조사 시점에 고장 난 충전기 숫자만 고장률에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대의 공공급속충전기가 한 달 동안 30번 고장이 나도 조사 시점에 1대만 고장이 나있으면 정부 발표 고장률은 0.1%가 된다.
충전기 제조사별 고장률도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전날 공공급속충전기 제조사인 채비, 시그넷, 이브이시스, 클린일렉스 제품의 고장률을 각각 0.1%, 0.2%, 0.4%, 0.3%로 발표했다. 하지만 8월 말 기준 올해 전체 고장 건수를 반영한 고장률은 채비 18.2%(873건), 시그넷 14.3%(330건), 이브이시스 24.2%(223건), 클린일렉스 11.0%(33건)로 최대 182배까지 치솟는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공공급속충전기 고장은 평균 3일 이내에 수리 조치가 완료되고 있다"며 "고장률은 소비자가 실제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시점에 고장이 나있는 충전기 숫자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급속충전기 누적 고장률 공개해야"
박홍배 의원은 그러나 이 같은 정부 계산법으로는 공공급속충전기 관리 상황을 제대로 점검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정부가 충전기 고장 문제를 축소하려 선택적 통계만 발표한다는 의심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전기차 충전기가 얼마나 자주 고장 났고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는지 파악하려면 전체 누적 고장률을 확인해야 한다"며 "특정 시점 기준 고장률로는 현황 파악이 어렵고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공급속충전기 고장 신고 건수가 1,459건에 이른다는 것 자체가 충전기 품질 관리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환경부가 충전기 품질 및 관리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시민사회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한국소비자학회장을 지낸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안이 상당히 커진 상황"이라며 "충전기 고장은 소비자 안전과 직결된 만큼 전체적인 고장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올 들어 8월까지 신고 접수된 공공급속충전기 고장 원인은 △충전 이상(404건) △프로그램 오류(404건) △LCD(모니터 화면) 이상(318건) △통신 오류(22건) 순으로 많았다. 지역별로는 △경기(308건) △충남(198건) △전북(158건) △충북(120건)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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