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누적 신차 전년 대비 8.6% 감소
경기 불황·연두색 번호판 영향
롤스로이스·벤틀리·마세라티 신차 속속 출시
금리인하, 경기회복 기대감
올해 경기 불황과 연두색 번호판 도입 등의 영향으로 판매가 주춤했던 유럽 럭셔리카 브랜드들이 금리 인하와 함께 내년 경기 회복을 기대하며 시동을 걸고 있다. 올해 극심한 보릿고개를 경험한 럭셔리 수입차 브랜드들이 속속 신차를 내놓으며 반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주요 럭셔리카 브랜드의 국내 판매량은 반토막이 났다. 1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①독일 럭셔리카 브랜드 메르세데스-마이바흐는 올해(1~9월) 판매량이 865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연간 판매량(2,595대)에 비해서 급감한 수치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1,885대)과 비교해도 반토막(-54%)이 난 수치다. 또 ②롤스로이스도 9월까지 135대를 판매해 지난해 판매량(276대)에 절반에도 못 미쳤고 ③벤틀리도 올해 257대를 판매해 지난해(810대)에 비해 점유율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아직 석 달(10~12월)이 남긴 했지만 올해 럭셔리카 브랜드의 성적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불황·연두색 번호판 영향으로 고가 차량 소비심리 감소
이는 경기 불황의 영향이 가장 크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3분기까지 누적 신차 등록대수는 총 121만1,214대로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했다. 국산·수입산 가리지 않고 올해 국내 자동차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수입차만 보면 19만9,995대가 판매돼 전년 같은 기간(21만409대)보다 4.9% 감소했다. 이 중 억대를 호가하는 럭셔리카는 올해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여기에 올해부터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도입된 영향도 컸다. 정부는 고가 법인 차량의 사적 사용을 막기 위해 취득가액 8,000만 원이 넘는 법인차에는 연두색 번호판을 달도록 했다. 이렇게 했더니 지난해까지 법인차로 인기를 끌었던 고가 수입차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7월까지 법인차 신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만 대 이상(27.7%) 감소해 2만7,400대를 기록했다. 한 럭셔리카 판매사 관계자는 "가장 먼저 연두색 번호판을 달아서 눈에 띄고 싶지 않다며 망설이는 고객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면서 소비 심리가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11일 기준 금리를 기존 3.50%에서 0.25%포인트(p) 인하하면서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시작했다. 이에 시장은 통화 정책이 돈줄을 죄는 긴축 기조에서 돈줄을 푸는 완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럭셔리카 브랜드 발 빠르게 신차 속속 출시
이에 럭셔리카 브랜드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17일 롤스로이스는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컬리넌'의 부분변경 모델을 6년여 만에 시장에 내놨다. 이 브랜드는 이날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에서 신차 출시 행사를 열고 '컬리넌 시리즈 II'와 '블랙 배지 컬리넌 시리즈 II'를 국내에 처음 공개했다. 컬리넌은 2018년 출시된 롤스로이스의 첫 SUV로 롤스로이스 전체 제품 중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모델로 꼽힌다.
컬리넌에는 최고출력 571마력(PS), 최대토크 850Nm(86.7kg·m)의 성능을 발휘하는 트윈 터보차저 6.75리터(L) V12 엔진이 탑재됐다. 고성능 버전인 '블랙 배지 컬리넌 시리즈 II'는 최고출력 600마력, 최대토크 900Nm(91.8kg·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차량 가격은 컬리넌 시리즈 II, 블랙 배지 컬리넌 시리즈 II가 각각 5억7,700만 원, 6억7,000만 원에 달한다.
전날(16일) 마세라티도 럭셔리 전기 SUV '그레칼레 폴고레'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 신차 소개 행사에서 이 차량의 전기 구동 방식을 자세히 설명했다. 폴고레는 이탈리아어로 '번개'라는 뜻이다. 지오반니 페로시노 마세라티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한국은 마세라티에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금리 인하로 자동차 할부금리도 낮아져"
영국 럭셔리카 브랜드 벤틀리도 10월 중 강력한 성능을 내는 4세대 '더 뉴 컨티넨탈 GT 스피드'를 국내에 처음 공개하기 위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 차는 새롭게 개발된 울트라 퍼포먼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돼 시스템 출력이 782마력(PS)에 달한다. 600PS 신형 4.0리터(L) V8 엔진과 190PS 전기 모터의 조합으로 구성됐다.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대당 판매가가 3억, 4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고금리의 영향으로 자동차 구입 시 할부 금리도 높아져 차량 구매 수요가 위축된 측면도 있다"며 "올해 시작된 연두색 번호판에 대한 거부감도 좀 줄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럭셔리카 소비가 살아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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