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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올트먼의 월드코인, 무단 정보 수집 논란 정면돌파... "홍채 말고 여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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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올트먼의 월드코인, 무단 정보 수집 논란 정면돌파... "홍채 말고 여권으로도"

입력
2024.10.18 15:30
수정
2024.10.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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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트먼 공동 창업한 TFH, 첫 공식 행사
오브 판매 개시하고 집으로 배달 서비스
각종 논란에도 월드코인 널리 확산 의지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이벤트홀에서 열린 가상화폐 월드코인 개발사 '툴스 포 휴머니티'(TFH)의 첫 전략 발표 행사에서 공동 창업자 알렉스 블라니아(무대 왼쪽)와 샘 올트먼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이벤트홀에서 열린 가상화폐 월드코인 개발사 '툴스 포 휴머니티'(TFH)의 첫 전략 발표 행사에서 공동 창업자 알렉스 블라니아(무대 왼쪽)와 샘 올트먼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우리가 새롭게 공개할 웹페이지에서 여러분은 오브(Orb)를 사전 주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분들에게는 오브 하나씩을 드리겠습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의 한 이벤트홀. 가상화폐 개발사 '툴스 포 휴머니티'(TFH)가 개최한 전략 발표 행사에서 고위 임원이 새로워진 오브를 소개한 뒤 이렇게 말했다. 오브는 사람의 고유성을 확인하기 위해 홍채를 인식하는 첨단 카메라로, 가격이 2,500달러(약 343만 원)에 달한다. 고가의 제품을 나눠주겠다는 깜짝 발표에 진지하게 발표를 듣고 있던 현장 참석자 500여 명에게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단순 선물은 아니었다. 해당 임원은 "오늘부터 누구나 오브를 구매해 이웃의 신원 인증을 돕는 '커뮤니티 운영자'가 될 수 있다"며 "여러분이 그 첫 번째가 돼 달라"고 말했다.

TFH는 이날 창립 이래 첫 공식 행사 '새로운 세계(A New World)'를 열고, 자사 가상화폐 '월드코인'을 전 세계로 전파시키기 위한 전략을 내놨다. TFH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이 알렉스 블라니아와 2019년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7월 독특한 철학과 지급 방식의 월드코인을 출시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월드코인을 가지려면 우선 오브에 홍채 정보를 인식시켜 개인별 ID(월드 ID)를 생성해야 한다. 이용자들은 월드 ID를 바탕으로 디지털 지갑(월드 앱)을 만들고, 여기에 월드코인을 보관할 수 있다. 현재 TFH는 더 많은 사람의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한국 등 41개국에선 신원 인증을 마친 이에게 코인 일정량을 무상 지급하고 있다.

홍채를 인식하는 첨단 카메라 '오브'로 월드코인 이용을 위한 신원 인증을 하고 있는 모습. 툴스 포 휴머니티(TFH) 제공

홍채를 인식하는 첨단 카메라 '오브'로 월드코인 이용을 위한 신원 인증을 하고 있는 모습. 툴스 포 휴머니티(TFH) 제공


부정적 인식 탈피 위해 이름에 '코인' 뗐다

생체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지급 방식 탓에 월드코인 출시 때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TFH는 지난달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로부터 약 1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3만여 명의 홍채 정보를 무단 수집하고 이를 국외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게 개보위 판단이었다. TFH는 독일,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에서도 비슷한 혐의를 받는다. 각국에서 월드코인의 안정성 논란이 진행형인 만큼, 이날 행사에서 TFH가 내놓을 입장에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TFH는 사실상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월드코인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대거 공개한 것이다. 앞으로는 △홍채가 아닌 여권 정보로도 신원 인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재 TFH 측이 미리 설치해 둔 장소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오브를 누구나 살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치킨이나 피자처럼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집에서도 오브를 배달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내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여권으로도 월드 ID를 만들 수 있게 한 것은 법적 이유로 오브 사용이 금지된 미국 등에서도 월드코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오브를 직접 구매할 수 있게 됨으로써, TFH 철학에 공감하는 사람은 누구든 커뮤니티 운영자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아울러 TFH는 월드코인 명칭에서 '코인'을 떼고 '월드'로 리브랜딩하겠다고도 밝혔다. 월드코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씻으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한국에서 과징금을 내게 된 데 대해서도 블라니아는 "한국어 설명 등 현지화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일단 수용한 것"이라며 "오브는 어떤 데이터도 저장하지 않는다"고 적극 해명했다.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이벤트홀에서 열린 가상화폐 월드코인 개발사 '툴스 포 휴머니티'(TFH)의 첫 전략 발표 행사에서 이 회사 공동 창업자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이벤트홀에서 열린 가상화폐 월드코인 개발사 '툴스 포 휴머니티'(TFH)의 첫 전략 발표 행사에서 이 회사 공동 창업자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의심스럽다면 규모 키워라" 올트먼의 소신

올트먼은 이날 TFH 창업자 자격으로 무대에 올라 월드코인 확대의 의의를 설파했다. 그는 "종종 '의심스러울 땐 규모를 키워 보라'는 농담을 한다"며 "아직 인구의 99%가 월드코인에 가입하지 않은 만큼, 모든 사람이 가입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은 월드코인이 잘 알려지지 않아 일각에서 '생체 인증 데이터 남용' 등 오해를 받고 있지만,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그 가치가 증명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올트먼은 조만간 다가올 초지능 AI 시대에는 인간과 AI를 구별하기가 힘들어지는 만큼, '사람'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기술로서도 월드코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궁극적으로는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세계인들에게 월드코인으로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트먼은 "우리는 모든 사람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며 "나는 이 기술이 결국엔 세계의 중요 인프라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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