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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문고 5년 만에 또 이사장 비리 의혹... '학교회계'를 '재단회계'에 무단 편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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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문고 5년 만에 또 이사장 비리 의혹... '학교회계'를 '재단회계'에 무단 편입

입력
2024.10.18 16:00
수정
2024.10.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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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학교 자금 횡령 의혹 등 수사 착수
2019년엔 전임 이사장 횡령사고도 터져
교육청, 현주엽 근무지 이탈 등 사실 확인

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휘문중·고교 정문의 모습. 이승엽 기자

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휘문중·고교 정문의 모습. 이승엽 기자

5년 전 재단 이사장 모자의 수십억 원대 횡령 사건이 터졌던 휘문고에서 또 이사장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이전 횡령 사건 때문에 이사장이 교체됐지만, 또 비슷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감옥에 간 전임 이사장 대신 임명된 현 이사장은 학생들을 위해서 쓸 돈을 재단 회계에 편입해 임의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는 이날 김정배 휘문의숙 이사장 등의 업무상 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 등 혐의와 관련해 재단 이사장실과 사무실, 휘문고 행정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휘문의숙은 휘문중·고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재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입건 인원이나 자세한 혐의 등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학교에 가야 할 돈, 재단이 썼다

김 이사장은 휘문고 학교 회계로 들어가야 할 '학교 수입'을 법인 회계로 처리해 임의로 지출한 혐의 등을 받는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재단 회계는 학교 회계와 구분되고, 차입금의 원리금을 상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비 수입 등은 다른 회계에 전출·대여가 불가능하다.

서울시교육청의 휘문고 감사 결과. 그래픽=이지원 기자

서울시교육청의 휘문고 감사 결과. 그래픽=이지원 기자

본보가 입수한 지난해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2020년 1월, 2022년 1월, 2023년 1월 등 3회에 걸쳐 총 1,500만 원의 공로상여금을 이사회 의결 없이 자신에게 지급했다. 김 이사장은 2021년 2월 상근이사로 선임됐는데, 상근이사의 보수 변동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

이사회의 과도한 업무추진비 지출 정황도 있었다. 휘문재단의 지난해 법인 회계 세입·세출 예산서에 따르면, 재단이사회 업무추진비 예산은 1억20만 원에 이른다. 비슷한 성격의 다른 재단과 비교해 많은 액수다. △양정의숙(양정고) 480만 원 △명신여학원(숙명여고) 350만 원 등과 비교하면, 휘문 이사회의 업무추진비는 최대 27배나 많다.

이외에도 김 이사장은 재단 돈 5,052만 원을 부적정하게 집행해 손실을 끼친 전 직원 A씨를 징계 없이 의원면직(사직)시키거나, 휘문고 직원 B씨에게 재단 일을 시켜 고교 회계에 인건비 2,670만 원의 손해를 끼친 의혹을 받고 있다. 본인의 병원 진료나 지인 문상을 갈 때 고교 직원 2명에게 운전을 시키기도 했다. 당시 교육청은 "(김 이사장이) 학생 학습권을 침해하고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금회에 한해 이사장에게 경고 처분하고 동일한 행태가 반복될 경우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교육청은 올해 7월 감사를 통해 김 이사장 외에 재단 직원들의 다른 불법행위를 적발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 직원은 풋살동호회 등에 학교운동장을 빌려준 대가로 이용료를 받아 개인적으로 착복한 혐의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올해 초부터 휘문재단 비리를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이던 경찰은 교육청의 수사의뢰 내용까지 검토해 이날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전임 이사장도 비리 혐의로 퇴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한국일보 자료사진

휘문고 재단 비리 의혹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민인기 전 휘문의숙 이사장과 어머니 김모 전 휘문의숙 명예이사장은 학교발전기금 약 53억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기소됐다. 김 전 명예이사장은 재판 도중 사망해 공소 기각됐고, 민 전 이사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문제는 민 전 이사장 후임으로 온 김 이사장마저 회계부정 의혹에 휩싸였다는 것. 현행 사립학교법이 이사장 등 재단에 권한을 과도하게 부여해 감시와 견제가 어렵고, 교육청의 징계 요구를 무시해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연이은 재단 관련 비리 사건이 터졌음에도, 최근 휘문고는 교육청을 상대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대법원 상고를 포기한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의 안정적 운영과 학생의 학교 선택권 보장이라는 교육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이유를 밝혔다.

휘문고는 불복 후 행정소송 계속

지난 2월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에 접수된 민원. 독자 제공

지난 2월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에 접수된 민원. 독자 제공

휘문고 측이 농구부파행 운영 의혹과 관련한 교육청의 감사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며 지난달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도 뒤늦게 확인됐다. 교육청 공익제보센터는 7월 휘문고 농구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현주엽 감독의 근무지 무단이탈 △운동부 지도자(현 감독) 인건비 부당집행 △겸직 및 복무 관리 부적정 △학교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지도자의 학생지도 △지도자 인건비 유형 임의변경 △학생선수관리 및 회계집행 소홀 등의 사실을 확인했다.

교육청은 이를 토대로 휘문고에 대한 기관경고와 함께 현 감독 등에 대한 인사 조치를 요구했으나 학교 측은 처분결과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측이 행정소송을 건 부분은 현 감독과 관련된 감사 결과만"이라며 "회계 문제 등과 관련해선 처분결과를 수용하겠다고 회신했다"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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