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보다 10도↓... 이른 '겨울 맞이' 시작
긴팔·패딩 꺼내 입고 한강 나들이 철수도
"나들이 가려는데 칼바람이 불어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어요." 20일 서울 중구 민속박물관에 나들이를 나온 70대 조현우씨는 옷깃을 여미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기온은 15도. 조씨는 반팔을 입었다가 서둘러 긴팔로 갈아입고 외투까지 챙겼다. 가을비치고 꽤 많은 양이 쏟아져 장마철 같았던 이틀 전(금요일)과 20도 이상의 선선한 날씨를 보였던 전날(토요일) 날씨가 무색하게, 뚝 떨어진 일요일 아침 기온에 시민들의 이른 '겨울 맞이'가 시작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기온은 전날에 비해 10도 정도 크게 떨어졌다. 서울(10.7도)을 포함해 경기 이천(6.6도), 강원 정선(7.6도), 부산(13.6) 등 전국 곳곳이 올가을 가장 낮은 기온을 보였다. 강원 북부 산지엔 하반기 처음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가 오전 9시 해제되기도 했다.
맑은 가을 날씨를 즐기려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초겨울 기온에 울상을 지었다. 경복궁을 보러 가족들과 함께 경남 창원에서 왔다는 조미영(39)씨는 "환절기 옷 정리도 못 했는데 갑자기 추워져 얇은 겨울 점퍼를 꺼내 입었다"며 "아기가 감기에라도 걸릴까 스카프, 긴팔, 조끼, 외투로 꽁꽁 무장시켰다"고 말했다. 고궁 일대엔 거센 겨울 바람에 한복 치마가 뒤집힐까 부여잡으며 비명을 지르거나, 한복 대여업체로부터 따뜻한 겨울 망토를 빌려 두른 이들도 보였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왔다는 에릭(35)은 "점퍼와 긴팔 옷을 잔뜩 사야 했다"며 "여행가방을 하나만 가져왔는데 (새로 산 겨울 옷을 담느라) 4개가 됐다"고 말했다. 영국인 아멜리아(25)도 "한국에서 1년 교사로 근무했는데, (올해 유독) 추위가 더 빨리 찾아왔다"며 "여분의 재킷을 챙겨 나와 다행이다"고 안도했다.
나들이 성지인 망원한강공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니트 카디건 차림으로 돗자리를 정리하던 박지현(28)씨는 "강가라 그런지 바람이 유독 세고 차다"며 "못 견디고 가까운 카페로 철수하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성북구에서 온 김미림(29)씨는 "지난해 한파로 수도관이 얼어 고생했는데, 벌써부터 추우면 어쩌려고 이러냐"며 "동파 방지 매뉴얼을 검색해 보는 중"이라고 했다. 한강공원에는 롱패딩 점퍼 차림으로 무장한 채 산책을 하는 시민들도 여럿이었다.
겨울철 간식의 대명사인 붕어빵과 군고구마 트럭도 활동을 개시하고 있다. 서대문구에서 붕어빵을 파는 김모씨는 "(어제 오후엔) 3시간 만에 재료가 모두 떨어질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찾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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