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군복 치수 작성용 한글 설문지 배포
북한군 보급품 수령 추정 영상도 공개
"나오라 야" 등 북한 억양도 담겨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위한 전투 병력을 파병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가 자국에 파병된 북한군에게 군 보급품 지급을 위해 배포한 한글 설문지는 물론,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력이 보급품을 수령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추가 공개됐다.
미국 CNN방송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통해 한글 설문지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설문지에는 한글로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또 '러시아씩(식) 모자 크기', '모자 둘레', '군인의 가슴둘레 간격', '조선씩(식) 크기' 등의 글자가 쓰인 표도 담겼다.
이는 북한군이 자신의 신체 치수를 표시하면 이에 맞춰 러시아 군복을 지급하기 위해 준비한 문서로 추정된다. CNN은 "북한군은 러시아에 도착한 직후 이 설문지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며 "설문지 양식 맨 위에는 러시아어로 적혀 있고, 사이즈에 대한 설명은 한글로 쓰여 있다"고 설명했다.
친러 텔레그램, 북한군 훈련 추정 영상 게시
이 외에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증거가 될 또 다른 영상들도 공개됐다. SPRAVDI는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영상을 게시하면서 "러시아 (극동 지역 연해주)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장 영상을 새롭게 입수했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배치를 준비하면서 러시아 장비를 착용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28초 길이의 해당 영상에는 녹색 군복을 입은 동양인 군인들이 줄을 서서 보급품을 수령하는 모습이 담겼다. 북한 간부로 추정되는 한 동양인 군인이 북한 억양으로 "넘어가지 말거라", "뒤에 바짝 따라붙어라", "나오라 야", "여기 몇 년 식이지"라고 말하는 음성도 들린다. SPRAVDI는 이 영상을 입수한 지 72시간이 되지 않았다고 언급했으며, 영상 입수 경로는 밝히지 않았다.
친(親)러시아군 텔레그램 채널 파라팩스도 러시아에서 훈련 중인 북한 군인들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부대 외부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이 영상에서는 북한군 수십 명이 일렬로 뛰어가는 모습이 보이며, 북한 억양으로 "내가 선두다", "같이 가"라고 말하는 듯한 목소리도 담겼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영상을 촬영한 군인의 군복에는 러시아 동부지구 군사 부대의 상징이 부착돼 있었다"며 "영상이 촬영된 장소 역시 연해주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북한군 파병설을 부인하고 있다. 콘스탄틴 돌고프 전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16일 "우크라이나 분쟁에 북한이 개입했다는 '신화'가 우크라이나 정권에 필요했다"는 입장을 밝혔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대통령실) 대변인도 이미 10일 '가짜 뉴스'라며 파병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 18일 북한군이 현재 러시아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하바롭스크·블라고베셴스크 등에 분산돼 훈련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고 관련 이미지를 공개하는 등 북한군 파병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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