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군의 날 공개된 기종 동일" 주장
맞다면 우리 군 망신에 향후 전략도 차질
북한이 한국 무인기(드론)의 평양 상공 침투 증거로 기체 사진을 공개했다. 앞서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던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이는 동시에, 재발 땐 "즉시 보복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우리 군은 전략적 모호성 차원의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아님)'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군 운용 자원이란 북한의 보다 명확한 증거 제시가 이어질 경우 '정찰 실패에 따른 국제적 망신'과 '향후 작전 전개 위축'을 동시에 겪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 발견되면 즉시 보복" 국방성·외무성 연일 강경 메시지
북한은 11일 '평양 상공 무인기 침투' 사실을 처음 공개한 이후, '주범은 대한민국 군부'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상공에서 찍은 무인기 사진 공개, "명백한 증거 확보" 발언에 이어 19일에는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며 추가 사진까지 내놨다. 발견 지역은 '평양시 형제산구역 서포1동 76인민반 지역'으로 "조사 결과 대한민국발 무인기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확정됐다"는 주장이 더해졌다. 지난달 국군의날 기념행사에 우리 군이 공개한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이 구체적으로 지목됐다.
우리 군은 여전히 '전략적 모호성' 전략이 공고하다. 20일에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기까지 했다. 섣부른 대응으로, 북한의 추가적 도발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게 분명한 전략인 셈이다.
특정 제조사까지 거론…높아지는 군 개입 가능성
하지만 '군 입장이 난감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평양 상공 한복판이 뚫린 점을 공개하면서까지 나무에 걸린 무인기 잔해 사진을 공개한 데는, 그만큼 우리 군의 개입을 자신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보다 명확한 증거를 조만간 북한 측이 공개할 것이라는 얘기도 조심스레 더해진다.
국내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군 운용 무인기를 의심하는 의견은 이미 적지 않다. 국내 업체인 S사가 'S-BAT'라는 모델을 토대로 개발해 군에 납품한 모델과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기체가 프로펠러 모양 등 형태 면에서 매우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모델은 발사대에서 쏘는 방식으로 이륙해 입력된 경로를 따라 자동 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주로 '정보 획득' 용도로 이용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주장한 드론 발견 지점이 금수산태양궁전 북서쪽 5~6㎞, 노동당사 북쪽으로 8~9㎞ 지점인데, 이곳은 신음동 미사일 개발기지 인근"이라며 "(우리의) 정찰용 드론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물론 북한 공개 무인기가 평양 전단 살포에 투입된 건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북한 역시 "결론은 아직 미정"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 위조품을 활용한 북한의 자작극이라는 주장도 있다. 해당 무인기에 국방과학연구원(ADD) 기술이 들어가 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오는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軍 NCND 전략 계속 유지할까
군이 현재의 전략적 모호성 전략을 뒤집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북한이 보복대응 조건으로 '무인기 침투가 재발할 경우'라는 단서를 단 점도, 급박한 입장 전환의 필요성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 보다 확실한 근거의 '스모킹 건'을 들고나오거나, 대북전단 살포 등 정찰 외 목적으로 운용된 점이 드러났을 때다. 이 경우 무인기를 통한 비밀 작전을 세 번이나 북한에 들켰다는 '군사적 역량'의 망신을 피하기는 어려워진다. 여기에 무인기 대북 작전 자체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도) 정찰 활동 등에 조금 더 신중하고 조심히 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북한이 설득력 있는 주장을 계속 내놓을수록 우리 군에 대한 국민 신뢰는 떨어지고, 국민 불안 또한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줄곧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해 온 군의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 역시 "군의 전략을 크게 수정할 필요는 없지만 보다 세밀한 전략을 짜야 할 때는 맞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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