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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인 1표'가 아니라고? 참 복잡한 대선 '선거인단'의 모든 것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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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인 1표'가 아니라고? 참 복잡한 대선 '선거인단'의 모든 것 [Q&A]

입력
2024.10.24 13:00
수정
2024.10.2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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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1월 6일. 미국 민주주의가 무참히 훼손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대선 결과에 불복해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날이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맞붙은 지난 선거는 2020년 11월 3일 치러졌습니다. 폭도들은 왜 두 달 뒤인 이듬해 1월 6일을 '디데이'로 정했을까요. 바로 미국 특유의 대통령 선거 제도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제도는 조금 독특합니다. 한국처럼 '1인 1표' 직선제가 아닌,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간접선거인데요. 주마다 유권자가 선거인단을 뽑고,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대체 왜 이렇게 복잡한 걸까요? 지난달 19~27일(현지시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미국 워싱턴과 피츠버그에서 만난 에이미 데이시 아메리카대 정책연구소 디렉터, 선거 전문가인 존 포티에 미국 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 애비게일 가드너 엘리게니카운티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에게 물었습니다. 이들의 설명을 기반으로 지금부터 선거인단의 모든 것을 1문 1답으로 정리합니다.


지난달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에이미 데이시 아메리카대 정책연구소 디렉터. 워싱턴=권영은 기자

지난달 25일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에이미 데이시 아메리카대 정책연구소 디렉터. 워싱턴=권영은 기자

-그래서 미국 대통령은 어떻게 선출한다고요?

"4년 주기로 실시되는 미국 대선은 11월 첫 번째 월요일 하루 뒤인 화요일(올해는 11월 5일)로 선거일이 정해져 있습니다. 투표인 등록을 한 18세 이상 유권자는 이날 투표용지에 올라 있는 대통령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집니다. 하지만 실은 선거인단을 뽑는 것입니다. 유권자 투표에서 한 표라도 더 얻는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싹쓸이하게 되기 때문이죠. 철저히 '승자독식 방식'입니다.

선거인단은 말 그대로 대통령을 뽑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뽑힌 각 주의 선거인단은 그해 12월 두 번째 수요일의 다음 월요일에 주도에 모여 투표를 합니다. 앞서 유권자 투표에서 패배한 정당의 선거인은 이날 투표를 할 필요가 없게 되겠죠. 각 주의 투표함은 수도 워싱턴으로 보내져 이듬해 1월 6일 상·하원이 모인 가운데 개봉됩니다. 최종적으로 상원의장이 대통령 당선자가 누구인지 '공식 선언'을 하게 되죠.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이 이날 의사당에 몰려간 이유입니다."


존 포티에 미 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 워싱턴=권영은 기자

존 포티에 미 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 워싱턴=권영은 기자


-선거인단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각 주의 정당이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임명하거나 선출합니다. 이것 역시 주마다 다릅니다. 주로 지역 정당에서 활발한 정치 활동을 했거나 정당 지도부와 친분 있는 인사들로 꾸려집니다. 헌법에 따라 연방 상원의원(각 주당 2명씩 100명)과 하원의원(인구 비례에 따른 435명)을 합한 수에다 워싱턴의 3명을 합쳐 총 538명의 선거인단이 있습니다. 하원의원 수는 10년 주기 인구조사에 의해 조정되기 때문에 선거인단 수도 그에 따라 바뀌게 됩니다. 현재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가 54명을, 와이오밍이나 알래스카주 등은 3명의 선거인을 할당받았습니다."

-선거인단이 많이 걸려 있는 주에서 승리하면 당선에 유리하겠네요.

"맞습니다. 선거인단 538표 중 270표 이상을 차지하면 당선인데요. 민주당과 공화당이 민심을 꽉 쥐고 있는 주들은 이미 정해져 있어요. 각각 '블루 스테이트' '레드 스테이트'라고 하죠. 여전히 박빙인 "경합주 7곳(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애리조나·네바다·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주)이 중요하다"고 언론이 떠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주에는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죠. 게다가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2020년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각각 승리를 안긴 지역입니다. 양당 후보가 이곳 유세에 주력하는 이유입니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엘리게니카운티의 애비게일 가드너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권영은 기자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엘리게니카운티의 애비게일 가드너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권영은 기자

-유권자들이 행사하는 '한 표'의 가치가 다르다는 얘기잖아요. 부자든 빈자든 누구나 '1인 1표'를 갖는 우리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렵군요. 전국적으로 전체 득표 수는 많지만 선거인단을 확보하지 못해 낙선하는 경우도 있겠어요.

"실제로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가 일반 유권자 투표에서 약 280만 표를 더 많이 얻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했어요. 이 같은 제도를 설계한 '건국의 아버지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죠. 다만 승자독식제는 미국 정치제도의 성격을 반영한 것입니다. 미국은 50개 주가 동등하게 연합을 맺고 있는 만큼 각 주가 자신들이 원하는 대통령 후보를 낸다는 의미예요."

-선거인이 12월 투표에서 지지해온 후보를 찍는다는 보장이 있나요.

"선거인이 투표하기로 돼 있는 후보를 찍지 않거나 기권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가끔 있었어요. 과거 9번의 선거에서 총 16명이 그랬습니다. 다행히도 이들로 인해 투표 결과가 바뀌지는 않았어요. 배신자 색출이 가능한데요. 각 주마다 벌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데도 미국인들은 선거 제도를 바꿀 생각이 없는 건가요.

"현재의 선거방식이 비판도 받고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실제 미국 대중 역시 여전히 현재의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 높아 현실적으로 헌법 개정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워싱턴 피츠버그=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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