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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때 뱃속의 그 손주가 결혼했어요"… 목 놓아 부른 성수대교 32명 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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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때 뱃속의 그 손주가 결혼했어요"… 목 놓아 부른 성수대교 32명 그 이름

입력
2024.10.21 15:36
수정
2024.10.21 16: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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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참사 30주기 합동위령제]
유족 등 40여 명 참석... 헌화·추모 진행
"사회적 참사 더 이상 벌어져선 안 돼"

21일 서울 성수대교 북단 위령탑 앞에서 열린 성수대교 붕괴 사고 30주기 합동위령제에서 유가족이 헌화 및 분향을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21일 서울 성수대교 북단 위령탑 앞에서 열린 성수대교 붕괴 사고 30주기 합동위령제에서 유가족이 헌화 및 분향을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10월만 되면 그때 생각이 나 불안하고 그래요."

2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대교 북단 교차로 인근에 마련된 '성수대교 참사 희생자 위령탑'. 30년 전인 1994년 이날, 멀쩡하던 다리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사고로 형을 떠나보낸 김학윤 유가족 전 회장이 합동위령제 30주기를 마치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위령제에는 유가족, 정원오 성동구청장, 성동구의회의원, 무학여고 학생 및 교사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희생자들을 기리며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전 11시 위령제가 시작되자 검정 양복 차림으로 근조 리본을 단 참석자들은 모두 일어서서 묵념했다. 이어 김양수 유가족 회장이 성수대교 붕괴 사고 개요를 설명한 후 헌화 및 분향을 했다. 참석자들은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영정과 사과, 배 등 제사 음식이 놓인 제사상 앞에서 절을 하고 향을 피우거나 묵념을 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희생자들을 기렸다.

이후 추모시와 추모사 낭독이 이어졌다. 김민윤(17) 무학여고 학생회장은 이해인 수녀의 '가신 이에게' 시를 낭독하며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학교 선배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다. 일부 유족들은 눈물을 훔쳤다. 김학윤 전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지난 30년 동안 형제자매와 부모를 가슴에 묻으며 눈물로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성수대교 사고 같은 사회적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 구청장은 "유족분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길은 사고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한 노력이 결실 맺는 그날까지 저희도 함께 가겠다"고 약속했다. 성동구는 2014년부터 매년 유가족과 협의해 위령제를 지원해오고 있다.

위령탑 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위령탑이 설치된 터는 자동차 전용도로인 강변북로 사이 외딴곳에 위치해 대중교통이나 도보로는 접근하기가 어렵다. 박주경 한국시설안전협회 명예회장은 "현재 추모시설은 너무 협소하고 시민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며 "미국 9·11 메모리얼파크처럼 많은 시민이 추모하고 미래 세대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접근이 용이한 곳에 이전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참사, 다신 반복되지 말아야"

21일 오전 성수대교 붕괴 사고 30주기 합동위령제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오세운 기자

21일 오전 성수대교 붕괴 사고 30주기 합동위령제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오세운 기자

위령제가 종료되고도 유족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참사로 당시 무학여고에 재학 중이던 딸을 보낸 어머니 염모씨는 "30년 동안 매년 위령제에 오는데 항상 복잡한 마음일 뿐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고로 부친을 잃은 최진영(57)씨는 "사고 당시 제 아내가 아들을 임신 중이었는데, 그해 태어난 아들이 어제 결혼을 했다"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손주 한번 보고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올해 더욱 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말끝을 흐렸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30년 전인 1994년 10월 21일 오전 성수대교 상부가 무너지며 일어났다. 당시 등교 중이던 무학여고 학생 8명 포함 시민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우리 사회에 '안전불감증' 경종을 울린 참사로 사회 안전 시스템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사고 직후 서울시는 한강 모든 다리의 안전성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일부 다리를 새롭게 건설했다.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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