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여동생' 이미지 깬 문근영의 파격 변신
넷플릭스 지옥' 시즌2서 광신도 집단선동가 역
"새로운 캐릭터에 굶주려서 신나게 촬영했죠"
"당신은 왜 지옥에 가나요?"
이렇게 말한 그의 눈은 광기로 번득였다. 얼굴에 핏기를 닮은 빨간색을 칠갑하고 한복을 입은 기괴한 모습으로 연단에 선 그는 광신도 집단의 선동가다. 유치원 선생을 하다 이단에 푹 빠져 '햇살반 선생님'으로 불렸다. 원조 '국민 여동생'으로 불렸던 배우 문근영(37)이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시즌2에서 보여준 모습이다.
25일 공식 공개에 앞서 언론에 미리 보여준 1~3회에서 문근영은 이전에 보여주지 않은 파격 연기를 선보인다. 특별 출연으로 분량은 많지 않지만, 그가 고함치며 보여준 존재감은 강렬했다. 평범한 시민이 사이비 종교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위태로운 모습으로 '지옥' 시리즈의 주제 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돌변한 아내로 삶이 송두리째 뒤바뀐 '햇살반 선생님'의 남편 성재(임성재)를 통해 '문근영의 흔적'은 드라마 곳곳에서 비극을 키운다.
소녀·여동생 이미지 강했던 문근영의 '변신'
문근영은 2000년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혜교 아역을 맡아 데뷔했다. "난 아직 사랑을 몰라~"라고 노래하고(영화 '어린 신부'·2004), 남장 여자로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을 연기하며(드라마 '바람의 화원'·2008) 사랑받은 그는 작품에서 '순수하고 풋풋한 소녀'로 오랫동안 살았다. 성인이 된 후엔 영화 '사도'(2015)에서 혜경궁 홍씨 역을 맡아 절절한 모성애를 보여줬다.
'일탈'과는 거리가 멀었던 문근영은 어떻게 광신도 역을 맡게 됐을까. '지옥' 시즌1, 2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햇살반 선생님' 역을 고민하다 단막극 '기억의 해각'(2021)에 출연한 문근영이 떠올랐다"며 "드라마 속 문근영의 모습에서 충격을 받아 섭외했다"고 과정을 들려줬다. 문근영은 이 단막극에서 알코올 중독의 남편을 간호하다 똑같이 알코올 중독이 돼 비틀거리는 오은수를 연기했다.
연상호 감독 "알코올 중독자 연기 보고 충격받아 캐스팅"
문근영에게 '지옥' 시즌2의 광신도 배역은 그가 간절히 기다렸던 틀을 깨는 탈출구였다. 그는 11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열린 '지옥'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꿈이 늘 있었지만 그 기회가 제 마음대로 주어지지 않아 배우로서 늘 굶주렸는데 이번에 정말 신이 나게 촬영했다"며 "분장을 너무 알아볼 수 없게 해 스태프들이 앞에 있는 날 못 알아보고 찾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지옥' 시즌2는 '지옥행' 고지로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을 '신의 말씀'으로 현혹하는 종교 단체 '새진리회'와 폭동 집단인 '화살촉', 무능한 정부가 얽히고설켜 혼란에 빠진 가상의 세상을 그린다. 2021년 제작된 시즌1의 주인공 새진리회 단장 정진수 역을 연기한 유아인이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시즌2에서 하차했고, 그 빈자리를 배우 김성철이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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